‘베어베터’ 김정호 대표

“장애인 학생을 지원한다는 건물에 엘리베이터 하나 없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2년 전에 학교 관계자분께 그런 얘기를 듣고 기부를 꼭 해야겠다 결심했죠. 건물을 편안하게 드나드는 장애인 학생들을 보니 제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포털 네이버의 공동 창업자이자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돕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 김정호(55) 대표가 최근 증축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의 ‘4·18 기념관’에 작년 2월 개인 돈 15억원을 내 엘리베이터를 기부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김 대표는 지난 29일 본지 통화에서 기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18 기념관은 원래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취업경력개발센터 등 학생 서비스를 지원하는 부서가 있는 지하 2층, 지상 2층짜리 건물이었다. 하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건물 내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취업 상담을 해주는 사무실이 지하 1층에 있어 장애인 학생들의 불편이 특히 컸다고 한다.

김 대표의 기부로 4·18 기념관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한 개 층이 증축됐다. 휠체어 여러 대가 동시에 탈 수 있게 13인승짜리를 설치했다. 증축된 3층에는 약 661m²(200평) 규모의 취업경력개발센터도 생겼다. 고려대 측은 감사의 의미로 4·18 기념관의 3층을 ‘김정호 플로어’라고 이름 붙였다.

고려대 경영학과 85학번인 김 대표는 지난 1995년부터 꾸준히 고려대에 크고 작은 기부를 이어왔다. 이번까지 모교에 27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국내 벤처 1세대 중 한 사람인 그는 2009년 IT 업계를 떠나 2012년 5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창업했다. 장애인을 고용해 만든 제품을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김 대표는 “대학을 다닐 때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하셨고 집안이 유복하진 않았지만 주변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기억해 내리 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