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100㎏이 넘는 5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노모가 한결같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지만 무죄를 확정받았다. 통상적으로 피고인이 자백까지 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법원은 “제3자가 살인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4월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B(52)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린 뒤 수건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아들의 목을 졸랐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수사와 재판에서 A씨는 “평소 아들이 술을 많이 먹고 행패를 부려 불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했다. A씨는 평소 아들이 일정한 직업 없이 딸의 집에 얹혀살면서도 술에 의존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고 했다. 그날도 B씨가 행패를 부렸고, 딸이 이를 피해 아이 둘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딸 역시 “집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B씨는 살아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는 범행 당시 ‘피해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숨이 막히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한 점도 의심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할 당시 사건 현장에 아들과 A씨만 있었다는 주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제3자가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을 문제 삼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을 보호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명목으로 허위 진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2심 재판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2심 재판부는 “살해 경위 등을 보면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건 직전에 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한 A씨의 딸 역시 당시 정황에 대해 일관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했다”고 봤다. 이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A씨가 유일할 수 있다”며 “A씨에게는 ‘내가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법원이 믿어주지 않고 딸을 의심하면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교도소에서 몇 년을 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받아들여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백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