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남편이 생전 내연녀를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변경한 후 1년이 지나 세상을 떠났다면 아내는 보험금을 상속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대법원에 따르면 아내인 A씨와 남편은 1997년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 자녀는 없었다. 남편은 2011년부터 내연녀 B씨와 동거했다. 남편은 이혼 청구 소송을 걸었지만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혼할 수 없다는 1심 선고가 나던 2013년 8월 남편은 생명보험의 수익자를 B씨로 변경했다.

2017년 남편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 B씨는 사망보험금 12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이 밖에도 B씨는 9억8400만원을 상속받았다. 남편은 사망 6개월 전 ‘사망시 지분금을 B씨에게 지급한다’는 동업계약 조항을 추가했고, B씨는 동업자들에게 소송을 제기해 해당 금액을 받았다.

아내 A씨에게는 예금 등 2억3000만원이 남겨졌다. 그러나 남편의 빚 5억7500만원도 함께 남겨졌고, A씨는 상속을 포기하는 ‘한정승인’을 했다. 이후 B씨가 받은 사망보험금 등을 받기 위한 소송을 냈다. 배우자가 일정 부분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유류분’ 중 자신이 받지 못한 금액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대법 “40대 남편의 재산 증여, 이혼 대비 용도”

일단, 상속인이 아닌 B씨와 같은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상속개시 전 1년간 행한 것에 한해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은 증여 4년 후 사망했다. 다만 남편과 B씨가 유류분 권리자인 아내 A씨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도 재산을 증여했다면 유류분 반환 청구가 가능했다. 그 기준 중 하나는 남편이 앞으로 자신의 재산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미리 재산을 증여했는지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재판관)는 남편이 40대 중반이었다는 점에서 A씨의 장래 손해를 알고 보험 수익자를 변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증여 당시는 이혼 소송 중이었으므로 상속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재산분할에 대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A씨가 상속 포기를 한 것도 문제였다. 재판부는 A씨가 받을 순상속분은 ‘0원’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한정승인을 통해 남편의 빚을 물려받지 않아 실질적으로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않은 A씨가 자신의 권리보다 큰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