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대단지 아파트와 공원을 개발하는 ‘중앙공원1지구 특례사업’이 잇따른 내부 갈등으로 파행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시(市)의 소극 행정에 대한 불만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중앙공원1지구 특례사업은 광주 서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발사업으로, 시(市)가 민간 투자자를 모집해 숲과 논밭으로 이뤄진 광주 서구 금호·화정·풍암동 일대 241만2688㎡ 규모 땅을 사들이고, 그 땅 대부분에 공원을 건설하되, 일부에는 아파트를 건설·분양해 사업자도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구조로 계획됐다.
1일 시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 특례사업을 진행해 온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공원개발)’ 내부에선 또 다시 분열이 발생했다. 공원개발은 이 사업을 따낸 한양컨소시엄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이다. 대형건설사인 한양(지분율 30%)과 시행사·운용사인 우빈산업(25%)·KNG스틸(24%)·파크엠(21%) 등으로 구성됐다.
1차 분열은 2020년 12월이었다. 최대주주 한양이 지명했던 대표이사를 우빈산업과 KNG스틸, 파크엠이 해임한 것이다. 우빈산업은 자기 지분 25%와 KNG스틸로부터 위임 받은 지분 24%의 합계 49%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자본금 100억원 중 79%를 충당한 한양은 졸지에 식물 주주가 됐다. 공원개발 설립 때 한양은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줬고, 우빈산업은 이 돈 가운데 24억원을 KNG스틸에 대여했다. 한양의 자금력 덕에 자본금 납입을 마치고 주주가 될 수 있었던 두 회사가 한양을 밀어낸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 주도권을 쥔 두 회사가 2차로 분열하기 시작했다. KNG스틸이 5월 “우빈산업에 위임했던 주주권을 회수하고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원개발에 통보하면서부터였다.
KNG스틸의 의결권 행사는 순조롭지 않았다. 우빈산업이 ‘콜 옵션을 행사해 KNG스틸의 지분 24%를 우리 쪽 지분으로 병합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콜 옵션이란 주식 등의 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다. KNG스틸은 공원개발 설립 때 우빈산업으로부터 24억원을 빌려 주주가 됐는데, 우빈산업은 당시의 채무를 기준으로 주간사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KNG스틸이 우빈산업으로부터 빌린 돈을 이미 다 상환한 상태라는 점이다. 상환의 담보에 불과했던 콜 옵션이 대여금 상환 뒤에도 유효한 것처럼 이용된 상황이다. 게다가 우빈산업이 콜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은 ‘KNG스틸이 제3자에게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로 제한돼 있다.
이는 사업자들이 광주광역시와 합의한 내용과도 어긋난다. 한양컨소시엄이 시에 제출하고 합의한 민간공원특례사업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컨소시엄 구성원 및 지분율은 변경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시는 시의 승인 없이 컨소시엄 구성원 지분과 주간사가 변경되면 협상 대상자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우빈산업은 KNG스틸의 지분을 강제병합하며 시와 미리 협의하거나 승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런데도 광주광역시는 ‘소송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는 식으로만 대응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에 KNG스틸은 시를 상대로 민간공원 개발사업 종료 전까지 공원개발의 주주 변경을 승인하지 말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공원개발을 상대로는 지분 변경 공식화를 멈춰 달라는 ‘명의개서’ 금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일간지에 강기정 광주시장을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게재한데 이어 지난달 11일 광주시청 입구에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들도 시의 사업 개입 가능 여부에 이견을 보였다. 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소송 결과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번 특례사업에 대한 시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시가 특정사업자에 휘둘리며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5개 시민단체들은 앞서 성명을 내며 “시는 다수 시민의 의사와 공익은 외면한 채 사업자 이익 보장에 앞장서고, 사업자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며 “비공원시설 면적을 늘려주고, 용적률을 확대해 줬으며, 세대수도 늘려줬는데, 분양가를 찔끔 인하하고, 정부의 고분양가 관리지역 정책에도 사업자 수익은 철저하게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실시계획인가가 이미 난 상황에서 1년 전에 지정된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핑계 삼아 사업 구조를 계속 변경해 사업자의 이익을 보전해줬다는 것이었다. 지역에선 ‘광주판 대장동 사업’이란 말도 나왔다.
실제로 시는 우빈산업이 주도권을 쥔 뒤 사업 계획을 바꿔 분양가를 높이는 과정을 허용했다. 우빈산업의 사업 계획 변경은 △공원을 줄이고 △아파트는 더 높게 짓고 △서민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는 더 올리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그결과 ‘국민평형’으로 통하는 30평대 아파트 분양가가 5억1000만원에서 6억1710만원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