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경찰서 시천파출소. /연합뉴스

파출소 앞에서 50대 남성이 보이스피싱범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사기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파출소에 있던 경찰이 보이스피싱범으로 의심되던 남성의 신원 조회를 해주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1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경남 산청의 택시기사 권모(58)씨는 지난 5월27일 오전 금융사를 사칭한 콜센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권씨에 따르면 보이스피싱범은 자신을 모 은행 상담원이라고 밝히며 기존 대출을 금리가 낮은 자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권씨는 보이스피싱범이 연결해준 금융감독원 콜센터에 이런 내용을 설명했고, 금감원 콜센터 직원은 ‘캐피탈 대출금을 갚으면 가능하다. 금감원 직원을 보낼 테니 현금을 전달하라’고 했다. 이에 권씨는 금감원 직원이라는 남성을 시천면사무소 앞에서 만났다. 그러나 권씨는 보이스피싱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까운 곳에 있는 산청경찰서 시천파출소로 갔다.

권씨는 파출소에 있는 경찰에게 “큰 돈을 전달해야 하는데 이 사람이 금감원에서 나왔다고 한다”며 신원 조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남성의 신분증이라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을 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며 이들을 파출소 바깥으로 내보냈다는 게 권씨 설명이다. 이에 권씨는 보이스피싱이 아닌 것으로 생각해 파출소 앞에서 2500만원을 남성에게 건넸다. 이후 계좌에 있던 1500만원까지 모두 보이스피싱범에게 송금했다.

그러나 권씨가 통화했던 모 은행 상담원, 콜센터 직원과 돈을 건넸던 금감원 직원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당시 파출소에 있던 경찰은 “권씨와 동행한 사람이 채권추심을 설명해 개인 간 채무 문제로 보고 파출소 바깥으로 내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지워진 CCTV를 복원해 일당 검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권씨는 현재 경남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넣고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