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킥보드를 세우고 “임의 이동 시 법적 조치함. 재물손괴 고발(고소의 잘못으로 보임)예정”이라는 문구를 붙인 사진이 온라인에서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지난 11일 한 네티즌은 이 같은 사진을 올리면서 “킥보드 옮기면 재물손괴가 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다음날 주차장에 킥보드를 세운 본인이라고 밝힌 이는 “세대당 1.77대 주차가 가능한 아파트에 거주 중이지만 차를 여러 대 굴리는 세대가 매우 많아 퇴근하면 주차공간이 없어서 뱅뱅 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글에는 “퇴근하고 주차하겠다고 종일 막는 게 정상이냐”는 비판과 “한 세대 주차 한 칸은 편하게 쓸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옹호 의견이 나뉘면서 2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킥보드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주차 자리를 맡아놓는 이른바 ‘알박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걸까요?
◇킥보드를 옮기면 정말 처벌받을 수 있나요?
킥보드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형법 규정은 손괴죄, 자동차등불법사용죄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등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주차공간에서 주차공간 밖으로 옮겼다’라고 해서 킥보드의 효용을 해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옮기는 과정에서 고의로 킥보드에 손상을 가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 주인이 킥보드를 찾는 것을 어렵게 했다면 은닉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권리자의 동의 없이 타인의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일시 사용하면 자동차 등 불법 사용죄가 성립됩니다.
그러므로 킥보드를 손으로 들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건 가능하지만, 킥보드를 타고 다른 장소로 옮기면 안 됩니다.
◇그럼 킥보드 주차가 공동주택 주차 질서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법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주차장법에서 ‘주차’란 운전자가 승객을 기다리거나 화물을 싣거나 차가 고장 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차’를 계속 정지 상태에 두는 것 또는 운전자가 차에서 떠나서 즉시 그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두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에서 ‘차’는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 사람 또는 가축의 힘이나 그 밖의 동력(動力)으로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전동킥보드’는 ‘차’일까요? 도로교통법에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시속 25㎞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아니하고 차체 중량이 30㎏ 미만인 개인형 이동장치를 ‘전동킥보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동킥보드는 ‘차’입니다. 주차장 주차공간에 주차 가능합니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입니다.
다만, 해당 아파트 관리 규약에 따라 주차하려면 차량 등록 등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만일 킥보드 주인이 주차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주차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이러한 행동은 분명 여러 사람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행위로 볼 수도 있는데요.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가구당 차량 수가 늘어나면서 주차공간에서 수많은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민이 아닌 사람이 무단으로 주차장을 이용한다거나 한 사람이 2칸을 차지해 주차하고, 소위 ‘길막 주차’를 하는 등 주차 질서를 지키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법으로는 형법,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주차장법,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 법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백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므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분쟁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21대 국회도 주차 갈등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난해 8월 발의된 일명 ‘주차장 길막 방지법’에서는 주차장에서 일어난 주차 테러 차량을 견인하고, 차주에게는 과태료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5월 발의된 법률안은 입주자의 주차 질서 준수 의무와 협조 의무를 규정했습니다. 관리주체의 권고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운전자에게 주차방법을 변경하거나 자동차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도록 하는 규정도 담겼습니다.
비양심적 혹은 얌체 주차 정의를 명확히 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적 소유인 아파트 부설주차장에서도 장애인 주차공간에 주차하는 경우 정부가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