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폭우 침수 피해로 사망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뉴스1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에 차려진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의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쯤 이곳을 찾은 초등학생 A(12)양은 숨진 황모(12)양과 사고 당일인 8일 오후 9시까지 평범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A양은 “‘잘 자’라는 문자에 ‘다음에 만나자’고 답장 했는데…” 라고 한 뒤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 8일 서울 관악구에 쏟아진 폭우에 물이 차오르는 반지하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다운증후군을 앓던 큰딸 홍모(48)씨와 면세점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작은딸(47), 그리고 그 딸인 초등학생 황양의 가족이다.

이들은 순식간에 불어난 물의 수압 때문에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 소방에 구조 요청 시도를 했다. 구조 요청을 계속했지만 소방에 신고 전화가 쇄도한 탓에 구조대 출동이 늦어졌고, 탈출하지 못했다. 함께 살던 어머니(72)는 당시 건강 검사차 병원에 입원해 있어 화를 면했다.

면세점 협력업체에서 활발히 근무하던 작은딸의 직장 동료 김모씨는 “항상 본인보다는 남을 생각하던 동료였다”며 고인을 떠올렸다. 또다른 직장 동료인 김모씨는 “장애가 있는 언니가 익숙한 곳을 벗어나면 힘들어해서 이사를 가지 못하는 사정은 알고 있었지만 반지하에 사는 줄은 몰랐다”며 “매일 같은 시간에 언니에게 전화를 거는 등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투철했다”고 했다.

오후 10시쯤에는 해외에 거주하던 홍씨 자매의 남동생도 급히 귀국했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빈소에 들어섰으나 누나들과 조카의 영정 사진을 마주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동생이 도착하기 전까지 상복을 입고 장례 절차를 돕던 작은딸의 직장 동료들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사고 당일 작은딸의 전화를 받고 홍씨의 집에 직접 찾아갔다는 한 동료는 “가족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깨진 유리창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보았으나 이미 천장까지 물이 찬 상태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