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개가 넘는 보험에 가입한 뒤 장기 입원하며 8년여에 걸쳐 보험금 11억여 원을 챙긴 일가족이 보험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9일 보험설계사 출신 A(여·58)씨와 사실혼 관계인 B(57)씨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두 사람의 자녀 중 C(32)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자녀 4명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보험설계사로 근무할 때 쌓은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2012년 8월부터 작년 3월까지 자신과 B씨 등 가족 명의로 11개 보험사의 91개 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을 바탕으로 A씨 등은 무릎 관절통, 허리·어깨 통증, 좌골신경통, 뇌경색 경증 등 사고 경위가 명확하지 않고 진단하기 어려운 질병을 핑계로 입원했다고 한다. 경찰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첨단 기기 등이 없는 소형 병원을 주로 찾아 반복 입원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이 입원한 병원은 부산, 경남 양산 등지의 35곳에 이른다. 입원 기간은 짧게는 7~10일, 길게는 209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103차례에 걸쳐 2328일간 입원했고, B씨도 72차례 1266일 입원했다고 한다. 이들은 장기 입원을 하면서 244차례에 걸쳐 보험금 11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뇌경색 경증이 의심되는 ‘두통’ 등으로 일단 입원한 뒤 (보험료) 수급 기간이 끝나면 ‘등산 중 넘어져 다쳤다’ 등 다른 이유로 입원 기간을 늘렸다”며 “가족들이 한 병원에서 함께 치료받는 등 병원을 집처럼 이용했고 보험금을 생활비로 썼다”고 말했다. A씨 등은 입원 일당, 수술비 등 고액의 보험금이 중복 지급되는 상품에 많이 가입했으며, 미성년 자녀 명의로 한달에 200만원씩 보험료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작년 4월 보험사들이 고소하면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