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김숙경 군 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 관련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은 故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부대이며, 이번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현재 주거침입과 상해죄 등으로 피의자 수사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8.2/뉴스1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 소속 40대 남성 준위가 20대 여성 하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시민 단체 ‘군인권센터’가 2일 밝혔다. 15비는 작년 선임에게 성추행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곳인데, 그는 당시 여기서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7월 15비에 새로 부임한 가해자 B(44) 준위가 같은 부대 20대 초반 여군 A 하사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B 준위는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A 하사의 어깨와 발을 만지거나 A 하사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윗옷을 들쳐 부항을 뜨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올해 4월에는 B 준위가 A 하사에게 코로나에 걸린 다른 부사관과 입을 맞추고 그의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A 하사가 이를 거부하자 자기 손등에 확진된 부사관의 침을 묻힌 뒤 피해자에게 핥으라고 강요도 했다고 한다. A 하사는 B 준위의 강압에 못 이겨 남자 하사가 마시던 음료수를 마셨고 3일 후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B 준위는 A 하사에게 “집에 보내기 싫다” “나랑은 결혼 못 하니까 대신에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서라도 보고 싶다” 등의 성적 발언도 했다. A 하사가 B 준위의 성추행, 성희롱 상황을 피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통상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직권을 이용해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월 시작된 성추행과 성희롱은 A 하사가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4월까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B 준위는 신고 이튿날 공군본부 소속 공군수사단(군사 경찰)에 입건됐으며 같은 달 26일 구속됐다. B 준위는 지난 6월 8일 기소되면서 군인 등에 대한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준위는 또 구속 전 A 하사에게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을 것’ 등의 메시지를 27회에 걸쳐 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B 준위는 군사경찰 조사에서 주요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 주장과 관련, 공군 측은 이날 입장을 내고 “지난 4월 A 하사의 성폭력 사건 신고 직후 가해자를 구속하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지침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등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