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딸(23)을 돌보는 박은영(53)씨는 딸이 10세이던 13년 전 동네 장애인복지관의 주간보호센터 대기자 명단에 딸 이름을 올려 뒀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기 중이다. 주간보호센터는 모든 연령의 발달장애인을 낮 시간에 돌봐주는 곳이다.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데, 사설이나 지자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이용자들에게 한 달 20만원 안팎을 받고 운영한다. 박씨는 “특수학교를 보통 19세까지 다니는데 장애인 부모들 사이에서 주간보호센터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미리 신청해놨다”면서 “심지어 의정부시에 센터가 딱 하나뿐이라 특수학교 졸업을 하면 센터를 가려고 다른 도시까지 가야 해서 일찌감치 신청했다”고 했다. 박씨는 이런 현실이 답답해 지난 4월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제도를 강화해달라”며 삭발을 했다.
전국 25만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직장, 가정을 지키기 어려워 고통받는다. 특히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겪는 첫 고비는 발달장애인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다. 자녀가 미성년자인 동안은 특수학교에서 낮 시간 동안의 돌봄이나마 해결이 가능하지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고 나면 당장 자녀를 맡길 곳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돌봄 시설은 부족하다. 박씨처럼 센터에 이름만 걸어 놓고 기다리는 일은 다반사다. 가까운 동네의 돌봄 시설엔 자리가 다 차 멀리 ‘원정 돌봄’을 다니는 사람도 많다. 그마저도 평생 이용할 수도 없고 일정 연령이 되거나, 일정 기간을 이용한 후에는 시설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등록 발달장애인 수는 약 25만명이지만, 전국 818곳의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나 366곳의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은 전체의 8% 수준인 약 2만명에 그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돌봄 시설인 주간보호센터는 센터에서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 이상, 한번 들어가면 특별한 기간 제한 없이 쭉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가족들이 주로 찾는다. 한번 들어가면 평생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부모들은 “누구 하나가 죽어야만 자리가 난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실제 본지가 서울 25개구에 있는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센터 약 130곳 가운데 중 임의로 50곳에 문의한 결과 42곳에서 “현재 자리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중 강남구에 위치한 한 주간보호센터는 “150명의 대기자가 있어 입소까지 5~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센터도 현재 대기자가 65명인데, 대기자 가운데 가장 오래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주간보호시설은 나가는 사람이 없어 2013년 이후로 신규 이용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자리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당장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면담을 실시해 공격적 행동을 보이거나 단체 생활을 힘들어한다고 판단되면 받아주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실제 광주에 사는 이형옥(57)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인 아들(29)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각종 시설을 전전했다. “아들이 가구를 부수는 등 행동이 과격하다며 주간보호센터에서 쫓겨난 적도 있다”고 했다.
이런 최중증 발달장애인들도 거절하지 않고 반드시 받도록 한 시설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다. 만 18세 이상의 발달장애인을 주간에 하루 최대 6시간 돌봐준다. 지난 2월 기준 전국에 있는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는 32곳으로 전국 약 1000명 안팎의 발달장애인이 돌봄을 받는다. 하지만 32곳 중 24곳이 서울에 몰려 있는 데다, 이용 가능 연한이 평생 동안 총 5년뿐이라는 게 단점이다. 한우 도매업을 하는 조정자(53)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인 아들(26)이 평생교육센터 입소 4년 차라 내년에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 아들을 돌보기 위해 일을 관둬야 할 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