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개가 8살 남자 아이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 /비디오머그 유튜브 영상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가 울산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8살 어린이 개물림 사고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강 훈련사는 15일 인스타그램에 사건 현장 CCTV 속 한 장면을 게시한 뒤 “가슴이 너무 아프다”는 짧은 글을 남겼다. 사진 속에는 피해자인 A(8)군이 길바닥에 쓰러진 채 검은색 진도 믹스견에게 공격당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앞서 사건은 지난 11일 울산시 울주군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났다. 영상으로 공개된 당시 상황을 보면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A군 뒤로 목줄 풀린 개 한 마리가 끈질기게 쫓아온다. 겁에 질린 A군이 이리저리 피해 보지만 자기 몸집만 한 개를 이겨내지 못했고 끝내 길바닥에 쓰러진다.

현장을 발견한 택배기사가 사고견을 쫓아내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개의 맹렬한 공격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A군이 지나가는 어른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주민은 멀찌감치 떨어진 채 현장을 뜬다. 결국 홀로 남은 A군은 개의 계속된 공격에 힘을 잃었고 움직임이 둔해진다. 상황은 잠시 후 근처를 지나던 택배기사가 개를 쫓으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A군은 깊은 상처로 인해 목, 팔, 다리 등에 봉합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기사는 ‘비디오머그’를 통해 “애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가 흐르는데, 시커먼 개가 애 몸을 물고 흔들고 있었다”며 “개가 물어뜯는 게 아니고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A군 아버지 역시 “개가 아이 목을 자근자근 다 씹어 놨다. 택배기사가 아니었다면 현장 즉사였다”고 말했다.

강 훈련사는 이같은 개물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다.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 야산에서 50대 주민이 대형견에 물려 사망했을 때에도 그는 방송을 통해 “나같은 훈련사나 관련 직책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개를 키운다면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강형욱 훈련사. /KBS '개는 훌륭하다' 방송 화면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 절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심판하거나 생각을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며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옳은 결정에 따라 앞으로 우리는 개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할 것이다. 절대 대중이나 언론의 비위를 맞춰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후에도 강 훈련사는 산책 시 목줄 착용과 맹견 입마개 착용을 강조해왔다.

이번 사건의 경우 A군을 공격한 사고견에 대한 안락사 절차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사고견이 인명사고를 낼 우려가 크다고 본 경찰이 해당 절차를 진행해 왔으나 검찰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했더라도 위험 발생 염려가 있는 압수물(개)에 해당하는지 의문이고, 지금까지 수사된 내용에서는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게 이유다.

검찰은 탐문 등을 통해 사고견을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물건’으로 볼 만한 간접자료를 추가로 확보한 뒤 안락사 여부를 다시 검토하라는 의견을 회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보완사항을 갖춰 압수물 폐기에 대한 재지휘를 검찰에 요청할 계획이다. 또 사고가 난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견주 B(70)씨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