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방송사는 KBS였다. 지난 1월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측은 낙마 장면 촬영 중 말을 일부러 넘어뜨렸는데, 이 말이 촬영 일주일 뒤 사망해 ‘동물 학대’ 논란이 일면서 시청자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방통위가 29일 발표한 ‘방송통신심의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방송민원은 총 2495건이다. 그 중 민원처리시스템에 등록된 민원은 2215건(88.8%), 나머지 280건(11.2%)은 민원접수 전화를 통한 상담 건이었다.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속 동물학대 의혹이 불거진 장면/KBS 1TV ‘태종 이방원’

민원처리시스템에 등록된 방송민원은 보통 ①특정 방송 프로그램의 부적절한 내용을 지적하며 심의를 신청하는 취지의 민원과 ②방송 전반에 대한 불만 제기 또는 제언, 방송 관계 법령(심의규정) 등을 문의하는 방송심의 관련 민원으로 나뉜다. 이번에는 ①번이 2048건(92.5%), ②번이 167건(7.5%)으로 ‘방송심의 신청 민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매체별로 분류해 보면 지상파방송을 통해 송출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이 1474건(72%)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종합편성채널은 331건(16.2%), 케이블방송은 232건(11.3%)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상파 방송 민원 1474건 중 지상파 3사(KBS, MBC, SBS)를 대상으로 한 민원은 총 1239건이었다. KBS 1045건(84.3%), MBC 117건(9.4%), SBS 77건(6.2%)순이었다.

방심위는 “KBS1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동물을 학대해 촬영한 장면을 방송해 윤리적 수준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대선후보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민원, SBS는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욕설 등 비속어 사용 및 지나친 폭력성 등을 지적하는 민원이 대표적이었다.

◇태종 이방원, ‘동물학대’ 논란...무슨 장면?

올초 KBS ‘태종 이방원’은 낙마 장면 촬영에 동원됐던 말이 숨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문제가 된 건, 1월1일 방송된 7화 중 태조 이성계(김영철)가 말을 타고 가다 낙마하는 장면이다. 19일 동물권 보호 단체가 촬영 현장 영상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말의 다리에 줄이 묶여 있었고 스태프들이 줄을 강제로 당겨 말이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동물자유연대가 20일 공개한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 촬영 현장 영상/인스타그램

KBS는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다.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당시,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어 돌려보냈으나 일주일 뒤 숨졌다는 게 KBS 측 입장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수천건이 넘는 비판 글이 올라왔고, 동물권 보호단체들은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작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KBS는 ‘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이 거세지자, 7화 방송분 다시 보기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약 한 달간 결방했다. 이후 재정비 기간을 거친 뒤, 다시 방송했고 지난 5월1일 종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