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걸어 온 전화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보이게 만들어 보이스피싱 범죄를 도운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이 남성이 변환해준 번호로 범죄 행각을 벌여 16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뜯어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사용되는 전화번호가 과거 국제 번호나 인터넷 번호로 표시되던 것을 넘어서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표시되고 있어, 국내 전화번호라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이동욱 재판장은 지난 11일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작년 6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삼성전자 휴대전화와 유심으로 삼성 계정을 만들어 공유한 뒤 ‘CMC’ 기능을 작동시키고 휴대전화를 계속 충전해 주면 매월 일정한 금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실제로 수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MC(Call&Message Continuity)란 동일한 삼성 계정에 연결된 여러 기기에서 이 계정의 전화번호로 전화와 문자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의미한다.
실제 A씨는 작년 6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건네받은 타인 명의의 유심을 자신이 구매한 중고 휴대전화에 꽂고 삼성 계정을 만들어 CMC 기능을 활성화한 뒤 보이스피싱 일당에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일당은 48대의 휴대전화에 이 계정의 번호를 공유해, 해외에서 전화를 걸어도 국내 휴대전화로 통화를 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들은 이러한 수법으로 작년 6월 25일부터 8월 12일까지 54명의 피해자들에게 총 16억7300만원 가량의 돈을 받아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아 휴대전화 번호가 이용이 정지되면 다른 유심을 받아 갈아끼는 등 지속적으로 범행에 가담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바꾼 것은 인정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는지는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는 다른 조직원에게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은 아닌지 물어봤으며, 수사기관에 불법적인 일임을 처음부터 알았다고 진술했다”며 A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을 고려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A씨는 단순 가담자에 해당하고 대부분의 피해 금액은 상위 조직원이 가져갔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