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카가 공개한 증거 영상 속 스토커 남성의 모습. 남성이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장면(왼쪽)과 선물을 내려둔 뒤 CCTV 카메라를 향해 손하트를 그리는 장면. /유튜브

3년간 지속된 스토킹 범죄 피해를 고백했던 BJ 겸 유튜버 릴카가 지난달 마무리된 재판 결과를 공개했다.

릴카는 14일 밤 유튜브 채널에 21분짜리 영상을 올리고 스토킹 피해 사례, 수집 증거, 법적 대응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재판에서 법원이 가해 남성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스토킹 치료 명령 40시간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릴카는 지난해 11월 3년 동안 겪어야 했던 피해 내용을 털어놓고 A씨의 범행 순간을 포착한 증거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2019년 6월 한 행사에서 만난 A씨는 릴카를 미행해 거주지를 알아냈고 이상한 내용의 쪽지를 보내거나 대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릴카가 이사한 후에는 그 수법이 더 악질적으로 변했다. 릴카는 “이사 오자마자 주소를 알아내고 선물을 놓고 가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방송에서 내가 한 얘기에 맞춰서 배달음식, 과일, 쓰던 장판 이런 게 놓여있었다”며 “결국 CCTV를 달았다. 증거가 생기니 안 하겠거니 했는데 CCTV를 향해 인사하고 하트를 날리더라”고 말했다.

릴카가 택시 안에서 촬영한 A씨 모습. /유튜브

릴카가 법적 절차를 위한 증거 수집에 나섰지만 A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릴카는 “내가 택시 타고 나가는 걸 기다렸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왔다. 일부러 택시 옆에 붙어 운행하며 씨익 웃고 힐끔힐끔 쳐다봤다”며 택시 안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또 자택 인터폰 영상에 담긴 A씨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전하기도 했다.

릴카는 지난해 8월 지속적인 괴롭힘과 주거침입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이후 두 달 뒤인 그해 10월 21일 스토커법이 본격 시행되자 경찰 신고와 함께 추가 고소가 이어졌다. 릴카는 “선고된 벌금 10만원은 법 개정 전 내용이고 징역과 집행유예는 그 이후”라고 설명하면서도 “3년 동안 저지른 범죄의 끝은 벌금 10만원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제하의 이인환 변호사는 “보통 중한 범죄를 저지르면 구속되고 실형 받아 감옥에 가야한다고 많이들 생각한다. 틀린 말이 아니고 맞는 구조다”며 “벌금으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을 받았고, 이 사람에게 집유를 줄지 실형을 줄지는 판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릴카가 지난 4월 법원 판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이어 “집유를 주는 이유는 재범을 막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형을 살고 나오면 많은 사람이 더 중한 범죄자가 돼서 나온다”며 “만약 실형을 가정했을 때 이 사람이 감옥에서 누구를 생각하고 그 감정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판사도 안다. A씨가 잘해서, 처벌의 필요성이 없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A씨가 집유 기간에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면 법정까지 안 가고 바로 구속돼 실형을 살게 된다. 때문에 오히려 안심은 된다”며 “실형이 나왔다면 출소 날짜에 맞춰 걱정을 많이 했을 거다. 하지만 최소 2년 동안 릴카님은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릴카는 이날 같은 범죄를 겪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증거가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모든 걸 다 기록하라”는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건 해봤자 너무 약한데’라는 생각에 놓쳤던 증거들이 가장 후회된다”며 “영상, 캡처, 녹음, 사진 등을 갖고 사건이 생길 때마다 경찰서에 가라. 한 건의 신고가 다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릴카는 구독자 10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이자 유명 BJ이다. 스토킹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지난해 12월 장기 휴방을 선언했다가 지난 3월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