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나들이를 오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오전 11시 38분쯤, 청와대 정문이 활짝 열리자 사전에 선정된 ‘국민 대표’ 74명이 매화꽃을 손에 들고 청와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로 뒤에 서 있던 일반 시민 수천 명도 함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을 때 곳곳에서 ‘만세’ 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국민 대표가 든 매화는 봄이 가기 전에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실천됐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낮 12시부터 이날 2만6000여 명이 청와대 내부를 둘러봤다. 청와대는 금세 시민들에게 친숙한 동네 공원처럼 변했다. 방문객들은 삼각대 등을 세워두고 청와대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었고, 잔디밭에 앉아 음식을 먹거나 본관 앞 대정원에서 열린 문화 공연도 즐겼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정소담(32)씨는 4살 딸아이를 데리고 청와대를 찾았다.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정씨는 배 속 아이가 청와대의 좋은 기운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에 신청했다 당첨됐다. 그는 “첫째 딸도 지금은 그냥 꽃놀이를 하러 온 줄 알지만, 나중에 커서 청와대 사진을 보여주면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반여1동의 한 경로당을 다니는 어르신 40여 명이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 이날 청와대를 찾은 사례도 있었다. 또 경북 포항시에서 왔다는 권문학(73)씨는 청와대에 오려고 아침 6시 30분에 버스를 탔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만 걸었던 미지의 장소였던 청와대를 걸으니 신기하다”면서 “권력자들이 국민들 세금을 어떻게 썼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조재호(31)씨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각각 회사에 연차를 내고 청와대에 왔다고 한다. 조씨는 “휴가를 내고 찾아올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며 “앞으로 청와대가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 명소가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