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하태경(54) 의원은 ‘여성 할당제’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2019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할당제는 이미 출세한 여성이 더 출세하는 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여성가족부 폐지와 남녀를 모두 징병하는 ‘남녀 공동 복무제’ 도입을 공약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만난 하 의원은 여성 할당제가 “불공정”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제도적인 차별은 사라졌고, 여성 할당제가 있어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남녀 차별은 50대 이상 세대들이 겪었던 일이고, 이를 보정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여성 할당제는 20·30대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다는 것은 하 의원 주장이다. 취업 시장에서 여성 구직자가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채용 후 직무 배치와 승진 등에서도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성별 임금 격차, 여성에 대한 가사노동 부담의 전가도 통계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성 할당제’는 문제가 있는 제도라는 취지로 계속 발언해왔다. 어떤 면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여성 할당제라는 것은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성을 제도적으로 우대해줘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50대 이상 세대에 관해서는 당시에 남녀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이 세대 여성들을 우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2030 세대에서는 남녀 차별이 과거에 비해 거의 사라졌다. 특히 제도적 차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가 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할당제, ‘여성 우대제’는 불공정이라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여성 할당제는 폐지하거나 일몰제를 적용해야 한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이 있고, 이를 보정하기 위해서는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경력 단절 여성 문제인데, 이것은 남녀 차별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이 차별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공서열 제도, 호봉제는 나이가 차면 승진이 되고 임금이 올라가는 것인데, 그러니까 여성이 중간에 아이를 갖고 하다 보면 경력 단절이 생기고, 승진과 임금에서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이것은 남녀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 서열제’의 문제다. 그 불똥이 여성들한테 튀고 있는 것이다. 연공서열제를 직무급제로 바꿔야 하는 문제인데, 이를 여성 할당제로 풀려고 하면 문제가 더 꼬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월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라고 했다. 윤 당선인과 같은 생각인가.
“동의한다. 여성에 대한 제도적인 차별이 뭐가 있나. 없다. 남성에 대한 제도적 차별만이 있다. 남자만 군대 가야 하는 남성 징병제가 있다. 그래서 제가 남성 징병제는 없애야 하고, 남녀가 다, 여자들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는데, 그것은 차별적인 제도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나이 서열제 때문에 생긴 것처럼, 다른 제도들 때문에 생긴 것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분석해봐야 한다.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는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일몰제’이고, 현재의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는 올해 말로 종료된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연장해야 한다고 보나.
“끝내야 한다. 공무원 채용은 2030 세대의 문제인데, 2030 세대에게 해당되는 남녀 할당제는 없애야 한다. 현실적으로 (할당제를 적용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 여자 교사가 대부분이어서 남자 교사를 더 뽑아야 하는 경우라면 저도 (할당제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건 남성에 대한 차별이 있기 때문에 남성 할당제를 적용해서 더 뽑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교육상 남녀 성에 대한 균형된 인식이 필요해서 남자 교사가 필요하다’는 직업상 이유에 따라 더 뽑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할당제는 이렇게 직업의 특성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남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기계적인 할당제를 적용해서 남자 교사를 뽑아야 한다는 논리는 틀렸다. 간호사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간호사가 거의 다 여성이었다. 그런데 간호사 업무 중에 남성이 필요한 영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영역에서는 남자를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것은 필요에 따라서 뽑는 것이다. 남녀 평등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간호사 30%는 반드시 남자여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교사 채용에서 성별 간 공정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상 필요를 위해 특정 성별이 적으면 할당제를 적용해서라도 해당 성별을 더 뽑을 수 있다는 논리는 다른 데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나.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 분야에 여성 할당제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업종별, 직군별 성격을 봐야 한다. 여성들이 지원하고 시험 치는 데에는 이제 차별이 없고, 갈수록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또 어떤 직군에는 (과거에는 남성이 더 많았지만 이제는) 여성이 더 많다. 특히 전문직에서는 갈수록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많아지고 있다. 이런 직군에 대해 남자들이 부족하다고 거꾸로 (남성 할당제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춰야 하나.”
-성별에 따라 잘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는 뜻인가.
“(여성이 더 잘한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영역이 있으면 여성을 더 뽑으면 되는 것이다.”
-현재 국가유공자, 장애인, 여성, 지역 인재 등에 대해 채용 시 가점 부여나 별도 채용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할당제가 불공정이라면, 이런 조치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것인가.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등에 대한 것은 기존에 있는 것 이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그 밖에는 장애인에 대한 조치를 빼고는 없애야 한다. 선천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은 사회적으로 보상해주고 우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예를 들어, 지역 인재에 대해 채용에서 할당제를 하면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고착될 수 있다. 수도권은 수도권 인재를 뽑고 지방은 지역 인재를 뽑으면 격차가 심해지지 않겠나. 지역 인재도 수도권으로 올 수 있어야 하고, 지방 회사도 더 좋은 인재를 데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인재 할당제로 풀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도 여성 할당제가 있다.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지방의회 의원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각 당이 후보를 남녀 동수로 내도록 하고 있고, 지방의회 지역구 의원에 대해서도 각 당이 일정 비율 이상의 후보를 여성 후보로 내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의 여성 할당제도 다 없애야 한다고 보나.
“정치권 여성 할당제는 일몰제로 해야 한다. 나중에는 다 없애야 한다. 다만 지금은 과도기다. 50·60대만 해도 남녀 차별을 어느 정도 겪은 세대다. 이 세대가 70대가 됐을 때 정도에 없애면 된다. 현재의 20·30대에게 여성 할당제를 이유로 비례대표 후보 자리 등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의 20·30대가 사회 주류가 될 정도로 나이가 들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 차별이 다 없어질 거라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취업은 주로 20·30대의 문제이니까 취업에서 여성 할당제는 즉각 폐지해야 하고, 50·60대한테 자리가 배당되는 할당제는 일몰제를 적용해야 한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