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씨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중증장애인들이 내야 할 벌금 4400만원을 대신 내주고, 전장연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씨가 3월 3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감사패 사진./김희영씨 인스타그램

김씨는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에 작년 6월 전장연에서 받은 감사패 사진과 장문의 글을 올렸다. 감사패에는 ‘그대의 따뜻한 우애로 노역에서 풀려났습니다. 중증장애인의 인권적 삶을 향한 우리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협력과 연대를 해주었습니다. 당신의 진심 어린 마음을 받아 안고, 차별과 동정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보편적 인권의 주체로 살아갈 그 날을 향해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와 전장연의 인연은 작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씨는 중증장애인 4명이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시위를 하다 도로교통법·집시법 위반 혐의로 벌금 44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갚지 못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한다.

김씨는 “벌금이 부과된 경위나 이 단체에 대해선 아무 지식이 없었지만, 서울구치소 방에 자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서 배로 엎드린채로 기어다녀야 하고 화장실을 가는 일도 너무 힘들어서 물도 거의 안마시고 참는다는 기사 내용이 깨진 유리조각들처럼 꽂혔다”고 했다.

이어 “뉴스를 보자마자 제주도 삼달다방 이상엽 대표님께 전화를 드렸고, 대표님이 알려주신 계좌번호로 벌금 전액을 신속히 송금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때가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잘못하면 주말 다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서야 풀려나실까봐 마음 졸이다가 다행히도 다음날 풀려나셨단 소식을 듣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감사패는 지난달에 받았다. 김씨는 “감사패를 열어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차별과 동정의 대상이 아닌 누구나 누리는 보편적 인권의 주체로 살겠다’는 그 분들의 다짐 앞에 한없이 마음이 숙연해졌다”고 했다.

전장연의 시위는 최근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서 출근길 시위를 벌였다.

김씨는 “요새 떠들썩한 출근길 지하철 시위 기사를 보고 그때 그분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출근 시간이 지연되는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도 읽고, 내 몫의 불편함을 각오하면서 조금씩 바뀌어갈 세상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도 읽는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투쟁 방식에 대한 쓴소리도 읽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주목받을 수 없는 사안을 가진, 철저히 외면받아온 이들의 소리도 읽는다. 양쪽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감히 말 보탤 것이 없지만, 지금 내가 매일 누리는 당연한 권리 중에는 과거 어느 때고 주류 사회를 몹시 불편하게 하여 겨우 이뤄낸 것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등록된 장애인 숫자만 전체 국민의 5%를 넘어선다. 스무 명 중 한 명인데 유독 한국에선 마트나 공연장, 놀이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장애인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며 “누군가는 돌보고 누군가는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이 들수록 점점 분명해진다”라고 했다. 이 글에는 16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는데, 그중에는 최태원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