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홍준연 대구 중구의원이 여성단체가 준 상장 위에 라면 그릇을 올려 놓은 채 식사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행을 놓고 여야가 난타전을 벌이는 가운데, 여성단체로부터 받은 ‘상장’을 특이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한 구의원의 이야기가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연 대구 중구의원은 대선 투표에 하루 앞선 3월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면 받침대’라는 글을 썼다. 홍 구의원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전위부대인 여성단체로부터 ‘성평등걸림돌상’ 받은 지 꼭 3년”이 지났다며 “집단의 힘으로 정치인 한 명을 조롱·모욕·조리돌림했던 그들은 떳떳이 고개를 쳐들고 점령군 행세를 했다. 페미니즘 권력을 앞세운 호가호위의 광기였다”고 했다.

이어 “이제 대선이 마감되면 공정과 상식, 정의의 세상이 와야 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젊은이의 희망과 꿈이 이뤄지는 정치를 위해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와 함께했다”며 “선거 운동을 마감하고 라면을 먹으며, 라면 받침대로 쓰고 있는 국물로 얼룩진 성평등걸림돌상장을 다시 봤다. 절치부심·와신상담의 3년을 반추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한 윤 후보와 이 대표에게 빛나는 영광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내일 꼭 본투표 하세요”라고 덧붙였다.

홍 구의원이 그릇 받침으로 쓴 건 다름 아닌 성평등걸림돌상 /페이스북

사진 속에서 홍 구의원이 라면 받침대로 쓰고 있던 건 성평등걸림돌상이었다. 성평등걸림돌상은 2019년 3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으로 꾸려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26회 대구여성대회 조직위원회’가 홍 구의원에게 수여한 상이다. 당시 홍 구의원은 대구 지역 집창촌인 ‘자갈마당’의 성매매 종사자에게 일괄 자활 지원하려는 대구시와 중구청의 정책에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오다 이 상을 받게 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수상날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은 채 미동 없는 표정으로 상을 받았고, 이 모습은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성매매 여성들은 범법자다. 이들을 위해 시민들이 낸 세금은 단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홍 구의원을 제명했고, 그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입당했다.

2019년 3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으로 꾸려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26회 대구여성대회 조직위원회’는 홍 구의원에게 성평등걸림돌상을 수여했다. /연합뉴스

여성단체들은 당시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라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혐오를 선동·조장해 성평등 걸림돌에 선정된 홍준연 구의원을 중구의회는 당장 제명하라”고 했다. 홍 구의원은 “납치나 협박 등으로 성매매를 하는 ‘성매매 피해자’를 돕는 건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지만,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게 세금을 투입하는 건 옳지 못한 것”이라며 “실제 피해 사례를 조사한 뒤 피해자와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나눠 피해자에겐 지원을,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겐 법에 따라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 구의원의 저지에도 대구시는 2016년 12월 ‘대구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만들고, 중구청을 거쳐 지원 사업을 위탁 받은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 ‘힘내’는 자갈마당 종사자 대부분을 일괄 성매매 피해자로 분류했다. 그리곤 1인당 10개월치 생계비 1000만원과 주거 이전 비용 700만원 등 총 12억7000만원을 지원했다. 처벌을 받은 자발적 성매매 종사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