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기사 김모(58)씨는 지난 14일 집에서 같이 사는 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다. 만약 확진받으면 방역 수칙에 따라 재택 치료를 해야 해 일주일간 수입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일주일 격리는 생계 타격이 크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PT(개인 트레이닝) 강사로 일하는 장모(27)씨도 지난주에 몸살 기운을 느꼈지만,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그는 “PT 강사는 교육 횟수에 따라 급여가 크게 달라지다 보니 약간 이상을 느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40만명 발생하는 상황이 되면서 일용직 근로자나 프리랜서, 배달 기사나 골프장 캐디 등 그날그날 일해야 수입이 생기는 직업 종사자들이 생계를 꾸리느라 코로나 검사를 주저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고열이나 인후통 등 증상을 참아가면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방역 당국이 이젠 감염 경로를 추적하지 않는 데다 오미크론 변이는 증상이 가볍다는 인식이 커진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확진자 폭증으로 16일부터 코로나 입원·격리자에게 주는 정부 생활 지원비가 줄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숨은 확진’이 늘어나 확산세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 검사를 꺼리거나 증상을 숨기는 이른바 ‘샤이 오미크론’은 유급휴가나 고정적 월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코로나가 장기화돼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부산에서 음식 배달을 하는 윤모(25)씨는 “동료 배달 기사 중에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면서도 검사를 받지 않고 계속 일하는 이도 있다”며 “어떤 마음인지 이해해 ‘일 잠시 쉬라’고 말리지 못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은 최근 캐디(경기 보조원)들에게 코로나 확진이 될 경우 수입을 일정액 보장해주는 방안을 마련할지 검토하고 있다. 캐디는 참여하는 경기당 수수료로 수입을 얻다 보니 증상이 있어도 숨기는 경우가 있어 자발적으로 신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골프장 관계자는 “캐디 사정도 이해는 되지만 손님들이 감염될까 걱정인데 매일 자가 진단을 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면접 등 취업 전형을 치러야 하는 취업 준비생도 검사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경기 광명에서 취업 준비를 했던 조모(26)씨는 “지난달 목이 아프고 오한 증세가 있었는데, 격리하게 되면 입사 면접을 못 보러 가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고 감기약을 먹으며 버텼다”고 했다.
앞으로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부터 확진자 1인당 생활 지원비가 전보다 줄어든 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진 7일 동안 격리된 확진자 1인당 24만4000원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1가구당 10만원씩 정액으로 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생계를 위해 검사를 피하다가 증상이 악화해 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자발적 검사를 유도할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