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에서 2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하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준서, 박장혁, 황대헌, 곽윤기, 김동욱. /뉴스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이른바 ‘짬짜미’ 논란에 휩싸였다. 앞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5명이 담합해 경기를 치르고 다른 1명을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는 의혹이다.

논란은 지난 22일 이준서 유튜브 채널 ‘내뒤로다준서’에 올라온 영상 한 편에서 시작됐다. 국가대표 선발 순간, 선수촌 훈련 모습, 베이징 올림픽 현장 등 메달을 획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내용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건 지난해 5월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1-2022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장면이다. 남자 1500m 2차 결승이었고 이준서, 황대헌, 박장혁, 김동욱, 한승수 그리고 박인욱이 출전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마지막 한자리의 주인을 가릴 수 있는 경기였다.

결과는 이준서 1위, 박장혁 2위, 한승수 3위, 김동욱 4위, 박인욱 5위, 황대헌 6위였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이상함을 느낀 건 그다음이다. 결승선 통과 후 박인욱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과도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개인전이었지만 마치 단체전에서 작전 성공으로 승리한 듯한 표정이었다.

당시 경기에서 앞서 들어온 선수들이 코치진과 하이파이브 하며 기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내뒤로다준서' 영상

이날 경기를 마치고 합산된 1-2차 점수 결과 황대헌이 1위를 차지했고 이준서와 박장혁이 그 뒤를 이어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따냈다. 4위였던 곽윤기와 함께 단체전을 뛰게 된 다섯 번째 멤버는 김동욱이었다. 경기 당시 다른 선수들이 외면했던 박인욱은 결국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여러 선수가 의도적으로 특정 선수를 밀어주는 승부 조작인 ‘짬짜미’를 행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김동욱과 박인욱이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었고, 경기에서는 이미 국가대표 선발이 확실시된 황대헌이 박인욱을 마킹하다 제일 마지막으로 골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김동욱은 포인트를 얻어 박인욱과 승점 동률을 이뤘고 2차 경기를 우선시하는 룰에 따라 국가대표가 됐다. 두 선수 모두 20대 후반으로 올림픽 메달에 군 면제가 걸린 시기, 김동욱만 웃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한국체대(이준서, 황대헌)와 스포츠토토(박장혁, 한승수, 김동욱) 소속 선수들이 대전광역시체육회에서 뛰는 박인욱을 따돌린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박인욱이 당시 경기를 마친 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글. /인스타그램
박인욱이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후 올린 별도의 심경글. /인스타그램

논란은 과거 박인욱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재조명되며 더욱 거세졌다. 당시 박인욱은 경기를 치른 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중계 화면을 캡처해 올리고 “난생처음 5대 1. 근데 티켓. 하늘이 열렸다, 닫혔다”라는 짧은 글을 썼다.

또 별도의 게시물을 통해 “이번에도 안 되면 그만둘 생각으로 탔지만 정말 코앞에서 놓치니 너무 아쉽고 분한 시즌 마무리였다”며 “누구에게는 아쉬운 6등, 누구에게는 부러운 6등. 욕심일 수도 있고 큰 보상일 수 있다. 제 운명이라 생각하고 나중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고 버티겠다”고 말했다. 이어 빙판에 쓰러져 누워있는 사진에는 “파이널 탈 때와 지금 내 마음”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같은 정황이 드러나자 네티즌들은 유튜브 영상 댓글 등을 통해 실망감을 전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준서도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한 편집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그러나 5명의 선수가 실제 담합해 박인욱을 탈락시켰다는 증거는 없다. 당시 해당 경기에 대한 이의제기 역시 없었다. 박인욱은 베이징 올림픽 남자 계주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인스타그램에 응원글을 올렸고 황대헌 등과 친분을 과시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