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유시민 前이사장

‘조국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유씨나 지금의 권력자들은 마치 무슨 짓을 해도 자기들은 수사하면 안 되는 초헌법적인 특권 계급인 양 행동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과 이듬해 7월 유튜브 등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한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작년 5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작년 1월 이 발언에 대해 “의혹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공개 사과했다.

이날 한 검사장은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지상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유 전 이사장과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그는 증언석에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으로 어떤 피해를 보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현직 검사로서는 유일하게 네 차례 (인사에서) 좌천당했다”며 “유 전 이사장이 사과하기까지 1년 반 동안 수사권을 개인적으로 남용한 몹쓸 검사가 됐다. 조국 수사 등 권력 비리 수사를 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수사를 지휘한 그는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났다. 같은 해 6월 이후에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아 용인분원과 충북 진천본원으로 이동한 뒤 지난해 6월 다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됐다.

한 검사장은 재판 전에도 취재진에 유 전 이사장에 대해서 “그는 자신을 ‘어용 지식인’이라고 말하는데, 지식인의 소명은 약자의 편에서 말하는 것이다. 어용 지식인이라는 건 ‘삼겹살 먹는 채식주의자’나 ‘친일파 독립투사’처럼 대단히 기만적”이라고 했다. 또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선에서 떨어지면 검찰이 없는 죄도 만들어 감옥 보낼 것 같다’는 발언에 대해 “그건 정확하게 이 정권이 나에게 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서 재판부가 “(한 검사장과 유 전 이사장이) 합의의 자리를 가질 의향이 있나”라고 묻자 “저는 의향이 있는데 오늘 보니까 (한 검사장이) 하실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