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세입자가 야반도주했다"며 더럽혀진 집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네이버 카페

한 집주인이 5개월간 월세를 내지 않고 사라진 세입자의 짐을 함부로 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세입자가 야반도주했다. 나 홀로 소송 준비 중인데, 빠르게 처리할 방법이 없겠느냐”며 법률 상담을 하는 집주인의 글이 올라왔다.

집주인 A씨는 “(세입자가) 일요일에 방을 보러 왔는데, 월요일인 다음날 부동산에 가서 계약서 작성하며 보증금을 받기로 했고 첫 달 월세만 입금받은 상태로 그날 짐을 갖고 들어왔다”며 “다음날부터 문을 걸어 잠그고 이후 5개월만 ‘오늘 입금할게요’라는 도피성 문자만 보내며 월세와 공과금을 미납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증금을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방을 보러온 날 이사하게 했느냐’는 물음에 A씨는 “대학가라 학생인 줄 알았다. 저도 학생 때 월세 살아봤고 힘든 시절 겪었기에 사정 얘기하면 이해해줬다”며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럽다. 앞으로는 원칙대로 해야 손해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A씨에 따르면 세입자가 공과금을 내지 않아 가스가 끊겨 보일러가 동파해 누수가 발생했고, 아래층 천장이 내려앉은 상태다. 그러자 세입자는 짐은 두고 옷만 갖고 사라졌다고 한다.

A씨는 그 근거로 세입자가 살던 집을 찍은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사진에는 치우지 않은 반려동물 배설물이 가득한 바닥, 쓰레기봉투가 가득 차자 바닥에 휴지가 널린 화장실, 오물이 묻은 침대 모습 등이 담겼다.

A씨는 “프로필 사진은 매일 친구들과 술 먹는 사진으로 바꾸는 걸 보아 사정이 어려운 사람은 아닌듯하다”며 “현재 제 전화번호는 차단당했다”고 했다. 이어 “경찰 문의 결과 이 집에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고 강제로 짐을 뺄수도 없다고 한다”며 “악취로 주변까지 피해가 가는 상태라 빠르게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데, 민사소송이 최소 6개월 걸린다고 하는데 정말 돌아버리겠다”고 했다. ‘그냥 청소하는 게 낫겠다’는 댓글에 A씨는 “함부로 들어가면 주거침입이라고 한다. 이후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하니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거나 계약기간이 끝났음에도 퇴거하지 않아 집주인이 해당 주택에 들어가더라도 주거침입죄 적용이 가능하다. 현행법은 법률적으로 적법한 거주권리가 있는 임차인인지를 따지기 전,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누릴 권리를 우선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보호대상이 되는 것이지, 그 공간에 대한 적법한 사용권한을 가질 것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세입자가 밀린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가 출입문 잠금장치를 없앤 집주인에게 주거침입죄 등을 적용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지 않는 경우 문자나 내용증명 등을 통해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지하고, 부동산 명도 소송을 진행한 후 법적으로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명도소송이란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세입자가 부동산 인도를 거부할 때 소유자가 건물을 넘겨받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명도소송 전에 내용증명을 발송해 세입자가 스스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