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을 재고 입장해주세요. 37.5도 이상 측정되는 경우 입장할 수 없습니다.”
서울 기온이 영하를 기록한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종로구 광화문의 한 복합쇼핑몰 1층 출입구. 손목을 대고 체온을 측정하는 발열체크기 뒤로 이런 문구가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시민 두 명이 입장하며 체온을 측정하자 각각 33.5도, 34.1도로 나왔다. 체온이 35도 이하면 병원에서는 ‘저체온증’으로 본다. 이들이 지나가는 동안 발열체크기를 확인하는 직원도 없었다.
최근 주요 건물 입구나 카페, 식당 등에 설치된 발열체크기가 사실상 ‘보여주기’용으로 전락해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방역패스(백신접종완료 또는 음성확인서)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시설일수록 체온의 높낮이 대신 QR인증을 통해 입장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수시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사람들의 체온 감지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발열체크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필수였지만, 방역당국도 작년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코로나’를 하면서 권고 사항으로 바꿨다.
서울 구로구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조모(40)씨는 “매일 아침 회사 입구에서 얼굴이 인식되는 기계로 발열체크를 하는데 밖이 워낙 춥다보니 여러 번 재도 체온이 Lo(낮음)로 나오더라”며 “관리인 분이 옆으로 오라고 해서 손목 온도를 재는데도 34도가 나오던데 이럴거면 왜 아침에 줄을 세워서 체온을 재나 싶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식당이나 카페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발열체크기가 따로 확인하는 사람 하나 없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무증상 감염자는 어차피 거를 수 없어서 마스크를 잘 쓰도록 안내하고 있다. 발열체크기는 크게 의미를 안 둔다”고 말했다. 발열체크기가 널리 보급돼 있는 만큼 활용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시혜진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발열 체크로 무증상 감염자를 잡아낼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발열 환자가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는 건 막을 수 있다”며 “장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