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서울 평창동 북악팔각정. 스마트폰을 연결한 삼각대를 손에 쥔 사람들이 100명 가까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스마트폰에 대고 혼잣말을 내뱉거나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면서 풀숲을 뒤졌다.

소화전을 열어보거나 잔디밭을 손으로 긁는 사람도 있었다. 시청자가 내건 총 상금 1100만원 규모의 ‘보물찾기’ 게임에 참여하러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 BJ(방송 진행자)들이었다.

6일 밤부터 서울 평창동 북악팔각정에서 열린 보물찾기에 참여한 아프리카 BJ들. /BJ수현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돈을 댄 이는 다름 아닌 인터넷 방송 시청자다. 시청자가 구매해 쏘는 ‘별풍선’ 같은 아프리카 내 자체 화폐로 시청료를 내는 구조인 인터넷 방송계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세비지(savage)’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그는 ‘북악팔각정에 쪽지 3개를 숨겨뒀다. 1등 쪽지를 찾은 사람에게는 별풍선 7만개를, 2등에겐 3만개, 3등에겐 1만개를 각각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BJ들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별풍선 1개가 현금 100원 수준이어서, 1등 상금만 약 700만원이고 총 상금액은 110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방송을 시청하다가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는 별풍선을 BJ들에게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비지가 숨겨둔 쪽지를 찾기 위해 서울은 물론 지방에 사는 BJ까지 100명 가까운 인파가 모였다고 한다. 쪽지를 찾은 3사람이 나올 때까지 ‘세비지 미션’은 2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이 과정을 BJ들이 각자의 방송 시청자들에게 생중계했다. ‘띵이’라는 BJ가 1등 쪽지를 찾으면서 행사가 끝났다. 그는 “우리 방 시청자에게 치킨 50마리를 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