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무사 시험에서 세무 공무원 출신의 합격률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가운데, 응시생 사이에서 제기된 ‘세무 공무원 출신이 시험을 출제한 것 아니냐’는 수험생 사이의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5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인력공단(산인공)으로부터 제출 받은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세무사 시험 2차 과목 ‘세법학 2부’ 출제자는 1992~1994년 한 지방국세청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지난달 산인공은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의 과거 이력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는 이 세무공무원 출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산인공은 국회 요구로 제출한 2021년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 현황 자료에서 “출제위원 12명 가운데 11명은 현직 대학 교수이며, 나머지 1인은 현직 세무사”라며 “출제위원 가운데 국세청 공무원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김 의원이 출제위원의 과거 경력을 포함한 2차 자료를 요구하자, 그제서야 출제자 가운데 1명의 과거 이력을 제출하며 국세청 출신인 점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산인공 관계자는 “거짓 자료 제출이 아니었다”며 “1차 자료 제출 때 ‘출제위원 중 국세청 공무원은 없었다’는 건 ‘현직 국세청 공무원이 없다’는 의미였지, ‘국세청 출신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 응시생은 “이제껏 시험 면제 특혜를 받아간 건 대부분 국세청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 출신을 세무사 시험의 출제위원으로 세웠다는 건, 세무사 시험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걸 의미한다”며 “산인공이 눈 가리고 아웅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치러진 세무사 시험에서는 전체 합격자 706명 가운데 33.6%인 237명이 전직 세무 공무원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그 전 5년 간 세무 공무원 출신자 합격자 비율은 연평균 7.4%였다. 이에 응시생 사이에서 ‘세무 공무원의 합격률을 높이려고 출제위원으로 전관을 넣고, 채점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 세무 공무원 합격자가 폭증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총 응시생 4597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025명이 세무 공무원 경력자가 특혜 면제 받은 세법학 1부 과목 4번 문항에서 0점을 받아서다. 세무사 시험은 40점 이하면 과락이고 한 과목이라도 과락하면 불합격 처리되는데, 세법학 1부 응시생 가운데 82.1%가 과락을 넘기지 못해 시험에서 탈락했다. 극악의 난이도라고 알려진 이번 세법학 1부의 과락률은 최근 5년간 이 과목 평균 과락률 38%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상황이 이런데 공교롭게도 세무 공무원 경력자의 시험 면제 특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게 이번 세무사 시험이다 보니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과거 세무 공무원은 은퇴할 때 세무사 자격증을 자동으로 취득했으나, 이 특혜는 2001년을 기점으로 소폭 축소됐다. 10년 경력자는 1차 시험 면제, 20년 경력자는 1차 시험과 2차 시험 절반을 면제 받게 됐다. 2001년 세무 공무원이 된 이들의 20년 경력이 꽉 채워지는 시기가 바로 이번 시험 때였다.
세무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이런 특혜는 ‘국세청 하이패스’로 불린다. 지난 5년간 특혜전형으로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487명 대부분이 국세청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혜전형은 국세청 말고도 세무 관련 경력을 가진 공무원이면 누구든 받을 수 있지만, 최근 5년간 국세청 출신 외 특혜전형으로 합격한 사람은 0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인공은 국세청 출신을 출제위원으로 초빙한 것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 가운데 국세청 출신이 포함돼 있던 사실을 확인하고, 시험 개입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일부터 3주간 예정된 감사 일정은 다음 달까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세무사 시험 관련 전반을 관리하는 담당인 책임연구원이 2일부로 1년 간 공로연수를 갔고, 올해 말 정년 퇴직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산인공 관계자는 “담당자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