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MBC가 보도한 택시기사 폭행 블랙박스 영상. 여성 승객이 기사의 경찰 신고를 방해한 후 욕설을 하고 있다. /MBC

만취 상태로 택시에 탄 승객이 기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한 후 경찰이 출동하자 되레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는 이 때문에 운전 중 피해 보상 보험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23일 MBC가 보도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서울 강남에서 여성과 남성이 택시에 탑승했다. 이들의 목적지인 경기도 시흥까지 가는 고속도로에서 남성 승객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자 여성 승객은 기사가 느리게 운전한다며 비아냥댔다.

택시기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여성은 기사를 손으로 쳤다. 택시기사가 “건들지는 마세요 손님”이라고 하자 갑자기 여성은 욕설을 쏟아내며 “XX, 나 트랜스젠더라고 무시하는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욕설에 택시기사는 “죄송한데 더 못 갈 것 같다”고 운행을 거부하자 여성은 “X같은 소리하지 말고 가. 욕먹는 걸 감수하고 택시를 하는 게 맞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택시기사가 요금소 앞 갓길에 차를 세운 뒤 경찰에 신고하자 여성은 기사의 머리카락, 안경 등을 잡아당기며 전화를 방해했다. 그러면서 “너 죽을래? 나 칼 있다. 너 배에 한 번 칼 맞아 볼래?”라고 협박도 했다. 그런데도 택시기사가 신고를 이어가자 여성은 갑자기 “아저씨가 저를 성폭행했어요. 이 XX가 저를 강간 폭행했어요”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일단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돌려보낸 후 수사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여성은 한 달 넘게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피해를 주장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성추행 수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택시기사가 운전 중 폭행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을 들어놨으나 보험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보험사가 성추행 수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단순 폭행 혐의보다 처벌이 무거운 운전자 폭행 혐의로 여성에게 출석을 요구한 뒤 계속 불응하면 체포영장도 신청할 방침이다. 폭행죄는 합의를 통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운전자 폭행 혐의는 합의한다 해도 죄를 물게 되고, 최대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