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에서 사는 이민영(28)씨 부부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을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른바 ‘집콕’이다. 22주 차 임신부인 이씨는 아직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는데, 지난 18일부터 재개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는 다른 사람과 식당·카페 등에서 2인 이상 사적 모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임신부는 백신을 맞고 열이 많이 나도 해열제 하나 맘 편히 먹기 어렵다 보니 걱정돼 계속 접종을 미루고 있다”며 “남편이랑 둘이서 집에서 늘 밥 먹고 생활하는 데 이건 문제없고, 방이 있는 식당에서조차 둘이서 외식하는 건 안 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재개된 거리 두기에 따라 방역 패스(백신 접종 증명 또는 음성 확인서)가 없는 사람은 식당 등에서 혼자서만 식사할 수 있게 되자, 기저 질환이나 임신 등으로 불가피하게 접종을 미룬 미접종자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조치”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 10월 얼굴 감각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안면 마비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코로나 백신을 아직 맞지 않았다면 당분간 접종을 미루기를 권한다”고 했다. 이씨는 그 말대로 백신을 맞지 않았는데 지난달부터 헬스장에도 방역 패스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취미인 운동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달부터는 직장 동료와 점심 식사도 못 하게 돼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거나 혼자 밥을 먹는다고 한다. 그는 “의사 조언을 따랐을 뿐인데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충북 청주에서 사는 이모(30)씨는 지난 7월 출산한 아이에게 수유 중이고 천식을 앓고 있어 백신을 맞지 않았다. 집에서 육아를 하던 중 지난 19일 모처럼 외출해 친구를 만났지만 카페에서 ‘들어올 수 없다’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음료를 사서 한 극장 앞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씨는 “백신을 맞고 싶어도 지병이 있어 못 맞는 사람은 집에만 있으라는 거냐”고 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역 패스 다시 한번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은 20일 기준 37만6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20일 기준 18세 이상 성인 중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7.4%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확산 방지를 위해 백신 접종도 필요하지만, 미접종자 중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체 국민을 방역 패스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