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과 5년 임기제로 계약해 일하던 공무원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공무원 자리를 만든 뒤 셀프 채용에 성공, 임기 제한이 없는 공무원 자리를 꿰찼다. 자기가 갈 자리를 만드는 조례와 시행규칙을 직접 입안한 뒤, 채용 공고도 자기가 직접 내고 자기가 원서를 받아 스스로를 채용한 것이다. 이 공무원은 경호·경비업체 근무 경력으로 최초 임용이 됐는데, 그가 근무했던 업체 대표는 성남 지역 조폭과 유착설이 돌고 있는 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이 17일 공개한 ‘성남시청 채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 체육진흥과는 지난 3월 성남시청 산하 스포츠단에서 일할 ‘인권보호관’과 ‘감독관’을 각각 1명씩 뽑는다는 모집 공고를 냈다. 두 직무는 불과 두달 전 신설된 ‘전문가’ 직군으로,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지만 그 갱신에 횟수나 기간 제한이 없는 공무원직이었다.
합격자는 4월에 정해졌다. 특급부터 C급까지 급에 따라 연봉이 4100만원~56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된 감독관 자리는 A씨가 차지했다.
문제는 A씨가 현직 성남시청 임기제 공무원이었다는 점이었다. 또한 이 공개모집 공고를 직접 작성하고 게시한 담당자였다. 게다가 해당 직군 신설의 근거가 된 ‘성남시 직장운동부 설치 및 운영 조례·시행규칙’ 개정안의 입안 당사자이기도 했다. 요컨대 자기가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에서 일할 사람을 직접 모집하면서 자기 원서를 넣고 합격한 것이다.
A씨는 원래 경호업체 직원이었는데, 2015년 이재명 당시 시장이 만든 ‘성남시청 시민순찰대’의 일원으로 성남시청에 들어왔다. 5년 임기제였다. 그러더니 1년 만에 체육진흥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7월, 임기 만료를 넉달 남겨둔 체육진흥과를 퇴사해 직장운동부 감독관으로 최종 임용됐다.
A씨가 공무원이 되기 직전까지 일했던 경호·경비업체 ‘함께지키는환경(前 SSN·Security Seong Nam)’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과거 선거를 도왔던 무허가 경호·경비업체 ‘성남특별경호단’ 단장 B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다. 성남특별경호단은 지난 2007년 성남 조폭 ‘종합시장파’와 ‘국제마피아파’ 43명을 동원해 성남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 보안용역업체의 업무를 빼앗은 회사다. 이 후보는 B씨가 임원으로 있던 국제경호무술연맹 법률고문을 맡은 바 있고, 시장 시절 B씨가 단장으로 있던 ‘새싹지킴이’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조선닷컴은 이러한 과정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연락했지만 답이 없었다. 대신 이기인 시의원이 A씨와 통화에 성공했다. A씨는 이 시의원에게 ‘공개채용이라 문제 없다. (채용을 진행한) 체육진흥과도 문제 없다고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성남시 관계자도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 A씨가 자격을 갖추고 있고, 업무 효과가 극대화 될 거라고 기대해 뽑았다”며 “1차 공고에 지원자가 없어 2차 공고까지 냈지만, A씨 외엔 지원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체육진흥과는 A씨가 채용된 전문가 채용 공모를 ‘방문 접수’로만 진행했고, 우편 접수나 온라인 접수는 아예 받지 않았다. A씨는 조례와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할 땐 의견을 듣겠다며 서면과 우편, 팩스, 온라인 방식까지 이용하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교육문화체육국의 다른 과는 채용 서류 접수 시 전자우편까지 이용해 받고 있다.
접수 기간도 짧았다. 1차 접수 기간은 3월25일~29일까지였다. 5일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중 27일·28일은 토·일요일로 접수가 불가능했다. 2차 지원 기간은 4월7일~9일까지였다. 체육진흥과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학교 전문코치 채용 접수 기간은 이번달 13일부터 23일까지로 총 11일이나 된다.
이기인 시의원은 “이번 셀프 채용은 담당 과장과 국장,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성남시 인사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했던 결정인 만큼, 채용에 가담한 인사위원이 누구인지 밝히고 해당 인사위가 승인한 과거 채용 사례를 전수 조사해 같은 사례가 또 없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