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0시 30분께 마지막 영업을 앞둔 서울역 그릴. 이날 돈가스, 생선가스 등 일부 메뉴만 판매했다. /송주상 기자

30일 오전 11시 서울역의 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 영업하기 전부터 기다리던 한 중년 남성은 ‘1인 주문이 되냐’고 물었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 여성 둘은 돈가스, 생선가스 등 일부 메뉴만 주문할 수 있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은 96년 역사를 가진 한국 첫 경양식 식당 ‘서울역 그릴’의 마지막 영업일이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10월 15일 개업한 서울역 그릴은 최근 공지문을 통해 30일자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식당에서 만난 한 직원은 “코로나19로 인한 폐업일 것”이라고 했다.

이 식당은 개업 당시 옛 서울역사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요리사만 40명으로, 한번에 200명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정도로 규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찬 가격은 3원20전으로 당시 15전에 불과하던 설렁탕의 21배에 달하는 호화식당이었다.

30일 오전 11시 마지막 영업을 시작한 서울역 그릴. /송주상 기자

서울역 그릴의 경영권은 1983년 철도청에서 프라자호텔로 넘어갔다. 이후 수차례 사업자가 바뀌었고, KTX 서울역사 개장에 맞춰 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역 그릴의 폐업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증조할아버지부터 찾아갔던 식당이다. 아버지와 나도 종종 갔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우리 부모님이 소개팅했던 곳”, “서울에서 가장 독특한 식당 중 하나”, “100년을 못 채워 더 아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