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검거된 30대 피의자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트 폭력으로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스마트워치에서 경찰관 목소리가 들리자 흥분해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19일 오전 11시 29분 서울 중구 저동의 오피스텔에 전 남자친구 김모(35)씨가 찾아오자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긴급 호출을 했다. 112상황실에 자동으로 통화가 연결됐고, 경찰이 상황 파악을 위해 스마트워치를 통해 질문을 던졌지만 피해자는 “오빠”, “안 할게” 등의 말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시계에서 흘러나온 남성의 목소리에 흥분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KBS는 전했다. 전문가는 스마트워치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먼저 말을 걸지 않고 소리를 들으면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 박사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위협을 당하는 순간일 수도, 가해자를 달래는 순간일 수도 있다”며 “가해자 모르게 스마트워치를 눌러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경찰이 말 거는 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전화로 신고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긴급 호출을 요청했으나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1차 신고에서 스마트워치와 연동된 112 신고시스템이 위치값을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지국 측정만 가능해 500m에서 최장 2㎞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오차범위가 최대 50m로 줄어든 ‘신변보호 위치확인 시스템’이 개발됐으나 일선 경찰서에는 다음 달 초 적용될 예정이어서 이번 피해자는 개선된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은 24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대구 소재 숙박업소에서 긴급체포된 김씨는 22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