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올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여성 작가’와 ‘여성 주인공 작품’에 이른바 ‘양성평등가산점’을 줬다.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최소 2점을 더 받는 시스템이었다. 그 결과, 가산점을 주기 전 원점수에서 수상 순위권(15위)에 들었던 남성 작가 4명이 최종심에서 밀려났다. 각각 700만원씩(6~15위 기준)의 상금도 날아갔다.

영진위는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올해부터 양성평등가산점 제도를 도입했다. 기본 평가는 독창성과 참신성 40점에, 완성도 30점, 영화화 가능성 30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진행하지만, 기본 평가 집계 뒤 작가가 여성인 경우 2점, 시나리오 속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 3점의 가산점을 부여한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 공모전에서는 상 15개 가운데 11개를 여성이 가져갔다.

조선닷컴은 그 평가표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아봤다. 상위 30위까지의 평점을 분석한 결과, ‘양성평등가산점’을 제거하면 최종 수상 순위가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은 가산점 제도가 없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상을 받지 못했다.

700만원을 받은 4등상 작품 10편 가운데, 공동 11위 ‘빛나는 유산’과 ‘1946 이탄실’, 13위 ‘국사당(國師堂)’, 14위 ‘불러다오’는 가산점을 제거하면 수상권 밖인 각각 공동 16위, 18위, 19위로 주저앉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종 순위 16위였던 ‘대학탐방’과 20위 ‘황주 컨피덴셜’, 공동 21위였던 ‘붐스터’와 ‘테이블 데스(Table Death)는 가산점을 제거한 원점수로 각각 10위, 공동 11위, 공동 13위에 해당하는 수상권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가산점을 받지 못해 상금을 못 탄 남성 작가 4명은 단순히 주인공만 여성으로 바꿨을 경우, 모두 다 수상권 내인 15위 안에 안착할 수 있었다. 또, 원점수로 계산했을 때 톱3는 변동이 없었지만, 4위와 5위 순위가 뒤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산점을 제거하면 4위를 기록한 ‘경주기행’이 5위로 주저앉았고, 5위였던 ‘모닝콜’이 4위로 올라섰다.

예술 작품을 심사하는 공모전에 성별에 따른 가점을 주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익명을 원한 한 영화감독은 “버티는 것도 힘겨운 이 시기에 여성가산점으로 수상의 영광과 상금을 빼앗긴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대들이 진짜 수상자”라며 “이들이 이상한 가산점 없는 다른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영화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