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민경

#지난 2014년 결혼한 김모(41)씨는 2015년 서울 성북구의 전용 84㎡(32평형) 아파트를 3억6500만원에 사들였다. 전세를 옮겨다니다 ‘내집마련’이 어려울 것 같아 2억원가량 대출을 받아 매매를 결정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8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김씨의 순자산이 5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2017년 취직한 최모(31)씨는 월셋방을 전전하다 올해 초 서울 강서구의 오피스텔에 전세로 들어갔다. 전세금은 1억1000만원. 최씨는 “내집마련은 어불성설이고,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운이 좋게 적당한 집을 구했다”고 했다. 종잣돈을 몽땅 전세금으로 넣어 다른 투자는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1975~1984년생에 해당하는 ‘X세대’가 자산을 가장 빠르게 축적한 세대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바로 뒷세대인 ‘Y세대(1985~1996년생)’는 자산 형성 속도가 가장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은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자산을 축적할 시간과 기회가 줄어든 것,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 등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데이터 인사이트 리포트 제5호’에 따르면, 통계청의 2012~2020년 가계금융복지데이터를 이용해 세대 간 자산 격차를 분석한 결과 지난 9년간 X세대는 전세대 중 가장 빠르게 자산을 늘렸다. 산업화 세대, 1·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산을 따라 잡았다. 반면 Y세대는 자산 형성이 더뎌 앞선 세대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서울연구원은 “X세대는 지난 9년간 가장 빠르게 부동산 보유액을 증가시킨 세대”라고 했다. X세대는 2012년에 1억원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했으나, 2020년에는 2억7000만원으로 부동산 자산을 2배 이상 늘렸다. 반면 Y세대는 2012년에 1900만원에서 2020년 9400만원으로 늘었다. 증가폭은 컸으나 여전히 1억원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자가 보유 비율도 X세대와 Y세대의 차이가 컸다. X세대는 54%가 자가에 거주하고 있으나, X세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만 자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보유자를 기준으로 하면 X세대의 거주주택 평균 가격은 2012년 6600만원에서 2020년 1억8000만원으로 올랐지만, Y세대는 2020년 기준으로 5700만원에 불과하다.

X세대는 자산이 빠르게 늘었지만, 부채 증가량도 가장 많았다. 9년간 자산이 1억9324만원에서 4억571만원으로 느는 사이 부채도 3585만원에서 1억581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2012~2015년에는 800만원 늘었지만, 2016~2020년에는 4300만원가량 늘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만큼 레버리지를 크게 사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가 이외의 부동산에 투자한 여윳돈도 X세대와 Y세대의 차이가 컸다. X세대는 2012년 3000만원에서 2020년 8000만원으로 투자 금액이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Y세대는 2012년 600만원에서 2020년 3000만원으로 여전히 절대적인 금액이 적었다. 서울연구원은 “단일재화 중 가치가 가장 큰 부동산은 젊은 세대일 수록 보유자산이 적어 재테크 수단으로 삼기에는 진입장벽이 있다”면서도 “X세대는 부동산 투자를 점차 늘려가는 중이며 Y세대는 다른 세대에 견줘 부동산 투자에 크게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젊은 층에 부는 ‘영끌’ 투자가 주식이나 코인(가상화폐)에 쏠리는 현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Y세대는 부동산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산 축적 속도가 느렸다. 특히 1990년대생이 심했다. 1990년대생은 20~24세에 평균 순자산이 2743만원으로 같은 나이 때 1980년대생의 4094만원보다 1351만원 적었다. 25~29세에는 6317만원으로 1980년생의 8897만원보다 2589만원 적었다. 서울연구원은 “Y세대를 제외한 전 세대가 같은 연령대에 바로 앞 세대의 순자산을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연령이 어린 세대가 자산 형성에 불리하다는 것은 Y세대에만 해당하는 사실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