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한 IT(정보기술)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변모(33)씨는 요새 영상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재택근무를 하며 주 2회 출근한다는 변씨는 회사에서도 종종 직장 동료 대신 ‘영상과 혼밥(혼자 밥 먹는 것)’을 택한다. 지난 8일에도 저녁 시간이 되자 근처 식당에서 김밥 한 줄을 사 와 사무실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리락쿠마와 가오루씨’를 틀어놓고 혼밥을 했다. 변씨는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고 개인별 출근 시간이 달라지며 동료와 밥 먹기가 어려워졌다”며 “굳이 밥 먹을 사람을 찾기보다는, 일과 중 얼마 안 되는 휴식인 식사 시간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힐링을 한다”고 했다.
사람 대신 영상과 함께 밥 먹는 것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밥 먹을 때 보는 영상을 일컬어 ‘영상 밥친구’란 말까지 생겨났다. 과거 혼밥은 남에게 감추고 싶은 모습으로 여겨졌지만, 요즘 소셜미디어·블로그에는 스스럼없이 각자의 ‘밥친구’를 소개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밥친구 드라마 추천해달라’는 글이 올라오자,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KBS는 지난 8월부터 ‘밥친구’라는 제목을 달아 과거의 예능 영상을 50분 정도로 편집해 ‘밥 먹을 때’인 평일 저녁 7시마다 올리고 있다.
‘영상 밥친구’ 현상은 코로나로 인한 혼밥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대전광역시에 사는 대학원생 김모(26)씨는 “수십번 봐서 대사까지 외워버린 드라마가 밥친구”라고 했다. 그는 “주말 내내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데, 새로운 영상을 틀어두면 거기 집중하느라 밥을 못 먹으니까 이미 내용 다 아는 드라마를 튼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시트콤 ‘브루클린나인나인’을 주로 본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밥 먹을 때 거슬리는 자극적인 내용이 없고, 극적인 장면도 별로 없어 밥친구로 딱”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세대는 혼밥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집밥’다운 식사를 하고 싶어 마치 가족 같은 편안함을 주는 영상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