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기도 시흥시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천경찰청 외사과 소속 A(33) 경사가 남긴 유서. /MBN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인천경찰청 외사과 소속 A(33) 경사가 남긴 유서의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A 경사는 지난 16일 오전 8시 45분쯤 경기도 시흥시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경사가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 경사가 자필로 쓴 유서 4장도 발견됐다. 유서 첫 장에는 가족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내용과 함께 “더는 이 조직에서 있기 힘들어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그만 좀 끝내고 싶다”고 했다.

유서에서 A 경사는 상관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원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관들이 커피만 마시면서 수사에는 신경도 안 썼다” “구속영장을 치는데 사우나를 가서 결재가 늦어진 적도 있었다” “금괴 밀수범 수사 책임을 맡았지만 상관이 ‘개수를 줄여 대충 마무리하자’고 종용했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울증을 앓아 허락을 받고 쉬다 왔는데 부서 분위기가 이상해진 걸 내 탓으로 돌려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A 경사가 최종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생각에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증 판정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찰청은 A 경사가 평소 다른 직원들과 원만하게 지냈으며 그가 직장 내 괴롭힘이나 따돌림당한 정황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A 경사가 유서에서 지목한 동료 경찰들에 관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유서 내용이 맞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관련자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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