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주문 감사합니다.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조리하여 정성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찜닭집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지난 8월 이런 문구가 적힌 ‘손글씨 스티커’ 3000장을 주문했다. 마치 실제 손으로 쓴 것처럼 인쇄된 스티커다. 김씨는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찜닭 용기 뚜껑 가운데에 이 스티커를 붙인다. 그는 “손편지는 손님에게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단”이라며 “다른 배달 사장들이 모두 붙이니 귀찮더라도 안 붙일 수가 없다”고 했다.

배달리뷰 부탁 손글씨 스티커

요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이런 ‘손글씨 스티커’는 필수가 됐다. 음식 배달을 시킨 손님에게 ‘배달앱에 좋은 리뷰(후기)·별점을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점주가 직접 편지를 남기는 것이다. 손글씨에 자신이 없거나, 편지를 쓸 여력이 없으면 돈을 주고 사서라도 붙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별점 5점에 매달리는 자영업자들의 서글픈 현실”이라며 “코로나로 배달 주문에 크게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에겐 손님이 다는 리뷰, 별점 하나하나가 매출을 좌우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절박한 자영업자들을 겨냥한 ‘손글씨 스티커’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가격은 1000장당 1만~2만원 선. 나눔손글씨, 우리딸손글씨 등 여러 서체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따끈따끈 김 폴폴 나도록 내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고객님의 별 5개 리뷰와 찜은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주문하신 음식이 마음에 쏙 드셨으면 좋겠어요’처럼 구구절절한 수십종의 문구 예시도 올라와 있다. 스티커 업체를 운영하는 지선규(43)씨는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들의 주문이 늘면서 매출이 4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글씨를 잘 쓸 자신이 없다며 스티커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사장님들의 요청이 많다”고 했다.

손편지뿐 아니라 손님이 배달앱에 단 리뷰에 일일이 답글을 다는 것도 자영업자들에겐 새로운 ‘숙제’가 됐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사장님 댓글’ 수까지 외부로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는 댓글 문구를 놓고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경북 경산시에서 국밥집을 하는 이성철(41)씨도 최근 ‘리뷰 대처법’을 묻는 글을 올렸다. 주문이 밀려 국밥 5그릇 배달이 늦었는데 ‘오래 기다렸는데 맛도 없다’며 거친 욕설성 댓글이 달린 것이다. 그는 “장사하는 사람이 글을 써봐야 얼마나 쓰겠느냐”며 “부족한 글솜씨로 댓글을 달았다가 괜히 역효과가 날까 봐 고민 끝에 카페에 조언을 구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월엔 ‘배민 리뷰 사장님 댓글 이렇게 달아라’는 제목의 책까지 나왔다. 책을 쓴 27년 경력의 식당 주인 김종원(55)씨는 “나도 코로나 때문에 처음 배달에 뛰어들었던 사람인데 악성·불만 리뷰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주변에 리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장들이 워낙 많다 보니, 스스로 만든 대응 매뉴얼을 토대로 책을 낸 것”이라고 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한번 달린 리뷰는 작성자 외엔 지울 수도, 가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배달 앱 업체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블랙컨슈머를 걸러내는 등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