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심석희(왼쪽) 선수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조선DB, 뉴시스

심석희가 대표팀 동료 최민정 등을 비하하거나 고의로 경기를 망쳤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메시지 내용은 성폭행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직접 진정한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지난 8월 조씨부터 심석희의 고의충돌과 관련한 진정서를 받았다. 조씨는 2심 재판 중 방어권 차원에서 받은 심석희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 중 고의충돌 의혹 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가 보낸 A4용지 12장 분량의 진정서에는 평창올림픽 때 심석희가 A 코치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비롯해 평창올림픽 기간 대화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조씨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의 비위행위와 관련 해당 선수와 관련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를 관장하는 빙상연맹이 조사·처리해야 할 사안이며 이와 관련해 비위행위 조사 전문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해당 내용은 조씨가 법정에 제출한 의견서에도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심석희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성인이 된 2017년 12월 사이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강간과 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1심에서는 혐의 전체를 부인했으나 2심에서 갑자기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은 적은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조씨는 관련 증거로 둘이 나눴던 문자메시지 내용을 제출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확보한 두 사람 간 문자메시지도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씨 역시 2심 최후진술에서 “심석희가 저와 가깝게 지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수많은 증거를 지웠다. 저는 피해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폭행범으로 몰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씨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수사단계부터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아무런 성접촉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항소심에서는 서로 이성적 호감을 느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며 “진술 번복 경위에 관해 특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고, 피해자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더라도 조씨가 비정상적인 관계를 강요한 것이지 서로 호감을 가진 사이의 메시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12일 열린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체육회와 빙상연맹이 팀을 구성해 조사 중”이라며 “사실 확인 후 심석희의 국가대표 자격, 경기력 향상연금(메달연금) 수령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석희는 지난 11일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동료 선수를 비하한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