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2일, 서해 최북단 해상에서 어업지도 활동 중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내 권모(42)씨가 8일 오후 서울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형사고소 기자회견을 갖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서해 최북단 해상에서 어업 지도 활동 중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당시 47세)씨 유족이 8일 오후 1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경찰청장을 고인과 유족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실종 공무원의 아들 이모(18)군에게 “(사건을) 직접 챙기겠다”는 편지를 보낸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이날 유족 측은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피켓을 들고 30분간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유족 측은 “오징어 게임은 픽션이지만, ‘월북게임’은 논픽션(실화)”이라고 했다.

피켓에는 지난해 10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군에게 직접 보냈던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항상 함께 하겠다”는 편지 내용도 적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실종 공무원의 아내 권모(42)씨는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과의 약속을 잊으신 건 아닌지, 편지를 받은 지 1년이 되는 걸 계기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청와대 앞을 찾았다”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北피살 공무원 아내 권모(42)씨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유족 측 제공

유족 측은 “아들은 대통령의 약속만을 한줄기 희망처럼 여겨 지금까지 믿고 기다렸지만, 1년이 지나도록 해경의 인권 침해를 지켜만 봤고 진실 규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며 “약속의 무게는 너무나 가벼웠고, 대통령이 침묵하는 동안 한 가정은 무너졌다”고 했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유족을 위로하며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아무것도 책임진 게 없다”고 했다.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해경은 고인의 채무 액수를 상당히 부풀려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표현을 했다”며 “지난 7월 해경청장과 간부들을 상대로 922만원(고인의 사망 날짜와 같은 숫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해경이 사과를 하면 취하하겠다’고도 밝혔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고 했다. 유족 측이 해경을 상대로 작성한 고발장은 이날 인천연수경찰서에 접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