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단 하루 동안 무료로 제공한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다회용 컵)’을 받기 위해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 고객들이 몰렸던 날, 한 점장이 “우리는 모두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며 장문의 호소 글을 올렸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을 스타벅스 점장이라고 소개한 A씨는 이날 ‘한국은 참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각박하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10년을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진상 받아주는 것도 네 일이잖아’, ‘그런 것도 참기 힘들면 그 직업을 선택하지 말았어야지’ 등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아무런 미사여구도, 큰 공감도 필요 없이 그저 ‘오늘 힘들었겠다. 고생했어’라는 말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싫으면 그만두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며 당장 월세 걱정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자신에게 생업을 그만두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요즘 가장 힘든 점으로 매출 대비 턱없이 부족한 인원을 꼽았다. 신규 매장이 늘어도 새로 인원을 충원하지 않은 채 기존 매장에서 근무하던 인원을 빼앗아 갔고, 자연스럽게 각 매장 당 일할 사람은 줄어들었다고 했다. 혼자서 3인분의 일을 해내야 하는 와중에 이벤트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고 A씨는 말했다.
그는 “오늘 리유저블 컵 행사로 스타벅스가 입으로만 환경 보호를 한다며 말이 많았지만 그걸 고객보다 더 싫어하는 건 단언컨대 현장의 직원들”이라며 “파트너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다 해냈다”고 말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미처 끝나지 못한 일은 무료봉사를 해서라도 동료에게 고생을 넘기지 않으려는 ‘악바리 근성’이 모여 각 매장이 어떻게든 굴러가고 있다고 A씨는 진단했다. 그는 “결국 오늘 그 사달이 났다”며 “대기 시간 기본 1시간 이상, 어느 매장은 대기 음료가 650잔이었다더라.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A씨는 “이런 얘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고객이 우리의 모든 상황을 알아주고 무조건 이해해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냥 ‘맛있게 드세요’ 말하며 드리는 음료에 같이 ‘감사합니다’ 화답해주고, ‘안녕히 가세요’ 인사에 문을 밀고 나가다가 멈춰 서서 우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고, 주문 중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거나 우리 말을 알아듣지 못해 화만 내지 않아도, 그런 작고 사소한 행동에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리유저블 사태를 견뎌낸 스타벅스의 모든 현장직 파트너들을 향해서는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어도 책임감 하나로 이 악물고 참고 버텨줬다”며 “온몸에 덕지덕지 파스를 붙이고 끙끙 앓느라 너무 피곤한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도 오지 않아 뜬눈으로 잠을 지새우는 수많은 동료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 한국 스타벅스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고 위로를 건넸다.
그러면서 “이 글을 보신 누군가는 우리의 처우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이라며 “사람이 사람에게 조금만 더 유하게 행동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28일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자는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주문하면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특별 디자인이 적용된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했다. 행사 내용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직후부터 전국 스타벅스 매장은 리유저블 컵을 받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 매장에서 1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주문한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준비한 리유저블 컵 수량이 떨어지자 고객들이 불만을 품고 본사에 항의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