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신혼부부연합회의 시위 참가자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앞 공영주차장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반발해 웨딩카를 줄지어 세워놓고 시위를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15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 노상 주차공간에는 빨간 리본과 풍선을 단 웨딩카 22대가 주차돼 있었다. 8대, 8대, 6대로 나뉘어 주차된 각 구역의 중간에는 흰 원피스를 입은 예비·신혼 신부 한 명씩 피켓과 부케를 들고 서 있었다. 피켓에는 ‘형평성 없는 결혼식장 지침 재수정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연합회)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웨딩카 주차시위’에 나섰다. 연합회는 리본·풍선 등으로 예비·신혼부부의 차량과 렌트카를 웨딩카처럼 꾸몄다. 차량 옆에는 ‘못 참겠다, 결혼 좀 하자’ ‘평생을 약속하는 한 번 뿐인 인륜지대사가 평생 기억될 악몽으로’ ‘식사 없는 99명, 비용 지불 300명’ ‘우리나라 혼인율 역대 최저 기록! 출산율은 2년 연속 세계 꼴찌’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들은 현 거리두기 조치 중 결혼식장 하객 지침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3일 거리 두기 4단계에서 당초 49인이었던 결혼식 참석 가능 인원을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 99인’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예비부부들은 “탁상행정이며 현실을 전혀 모르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200~300명의 최소 보증인원만큼 식대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손해를 예비부부들이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의 시위 참가자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앞 공영주차장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반발해 웨딩카를 줄지어 세워놓고 시위를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이날 시위에 참석한 예비신부 이모(29)씨는 “작년 9월 최소 보증인원 300명으로 예식장을 계약했다”며 “식대는 6만원인데 예식장에서 제시한 답례품 와인·쿠키세트의 가격을 검색해보니 1만원도 되지 않더라”라고 했다. 이씨는 “사진·드레스 예약도 돼 있어 취소·연기 비용 때문에 결혼식을 미룰 수 없어 답답해하다가 목소리라도 내려고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웨딩카와 부케를 든 예비·신혼 신부를 보기 위해 걸음을 멈췄다.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김모(33)씨는 “예비·신혼부부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시위 방식을 고민하다가 한 회원이 ‘눈에 띄어야 우리 의견이 더 잘 알려질 수 있다’며 흰 드레스와 부케를 제안했다”고 했다. 실제 웨딩드레스를 거리에 입고 나올 수 없어 흰 원피스로 결정했다. 김씨도 이날 옷장에 있던 하얀색 원피스를 꺼내 입고 나왔다.

예비신부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다음 달 결혼식을 앞둔 이모(27)씨는 “결혼식은 주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인데 지금 청첩장을 돌리는 것도 민망한 상황”이라며 “보증인원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도 부담이고 하객 초대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어이없는 웃음만 나온다”고 했다.

앞서 연합회는 지난달 19일 서울 도심과 정부세종청사에서의 트럭 시위를 시작으로 같은 달 24일에는 정부·지자체·정당에 팩스를 보내는 ‘팩스 시위’에 나섰다. 지난 9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답도 없는 결혼식 방역’ ‘못 참겠다! 결혼 좀 하자!’라는 글귀가 적힌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연합회는 이날 웨딩카와 부케를 동원한 시위를 하며 “결혼식장 지침이 합리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웨딩카·부케처럼 ‘눈에 띄는 소품’을 사용한 정부의 방역 지침 규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상복차림으로 ‘자영업자 살려내라’는 등간판을 걸고 경영난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마포구 맥줏집 사장의 가게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최 의원실은 “16일까지 상복 차림으로 도보 시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코인노래방 업주들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노래방 기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고,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은 “정부의 규제 조치가 마치 ‘감옥’ 같다”며 철창을 동원해 감옥 퍼포먼스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