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예비부부 화환 시위 현장에 설치된 근조 화환 중 일부. /독자 제공

“결혼 좀 하자!”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 근조화환들이 놓였다. 6000여명의 예비부부가 자발적으로 모인 전국신혼부부연합회가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반발해 화환 시위에 나선 것이다. 시위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8명이 참여했고, 화환 30여개가 놓였다.

정부는 지난 3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발표했다. 결혼식의 경우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최대 99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 참석 인원은 49명으로 제한된다. 여기에는 가족·친지가 포함되며 백신 인센티브도 적용되지 않는다. 연합회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조치”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했다.

결혼식 지침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합회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연이어 확진자가 나온다”라며 “이에 따른 추가 지침이 나오지 않는데, 결혼식장에 대한 지침만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결혼식장에만 유독 가혹한 방역지침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부부가 입는다. 우선 예식장이 규정한 최소보증인원에 따른 금전적 부담이 적지 않다. 최소보증인원은 서울 소재 예식장의 경우 250~300명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를 제공해 결혼식장에 49명만 오더라도, 최소보증인원에 따른 식대를 지불해야 한다.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99명을 초대하더라도 식대는 환불되지 않고 답례품으로 대체된다. 결혼을 미룰 경우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9일 예비부부 화환 시위 현장. 정부청사에서 거리두기 등을 이유로 철거돼 인근 공원으로 이동했다. /독자 제공

정부서울청사 앞에 놓인 근조 화환에는 “망친 내 결혼, 배부른 웨딩홀. 무책임한 정부에 눈물만 부른다”, “예비부부 결혼 막는 대한민국 덕분에 출산율은 2년 연속 세계 꼴찌”, “빛나지 못한 결혼식, 빚만 가득할 결혼식” 등이 적혔다.

답답한 마음에 회사를 하루 쉬고 시위 현장을 찾았다는 예비신부 이모(27)씨는 “친구에게 청첩장을 주니 ‘축하한다’ 대신 ‘나도 가도 되는 거야’라고 묻더라”라며 “축하받아야 하는 결혼식인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11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이씨는 “결혼 준비는 작년부터 했다. 밤만 되면 ‘코로나 백신’, ‘4단계 거리두기 기준’을 검색한다. 우울증에 걸린 기분”이라며 “답답해서 나왔다. 예비부부들의 시위를 멀리서 응원하는 정도였지만, 나라도 나와야 바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날 시위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이유로 화환이 철거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비부부들은 정부청사 인근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