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친환경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든 글로벌 기업들이 시민단체에 잇따라 고소를 당하고 있다.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하거나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지만 실제로는 실효성이 거의 없는 ‘그린 워싱’이라는 지적이다.
호주 기업책임센터(ACCR)는 지난달 26일(이하 현지 시각) 자국의 석유·가스 생산업체 산토스를 대상으로 소송을 예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산토스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이 같은 탄소 감축 계획이 ‘기만적’이라는 이유였다. ACCR은 “산토스가 내세운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며,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친환경 원료’로 분류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댄 고처 ACCR 기후환경국장도 “산토스의 사례는 (환경을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ACCR이 이 소송을 진행할 경우 기업이 탄소 중립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법원에서 판결받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석유 기업 로열더치셸의 탄소 중립 마케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로열더치셸은 연간 20억~ 30억달러(약 2조3000억~3조4700억원)를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가 연료 1L당 1유로를 추가로 지불하면 이를 나무 심기 등 이산화탄소 흡수 작업에 사용하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법대생 9명은 이 캠페인을 벌인 로열더치셸을 네덜란드 광고코드위원회에 신고했다. L당 비용을 내면 소비자가 운전 중 배출한 온실가스를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캠페인이라는 이유였다. 위원회는 대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주간의 항소 기간을 거친 후 최종 판결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환경단체 어스아일랜드는 지난 6월 코카콜라를 고소했다. 코카콜라가 ‘우리는 지구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뒤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 방출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2025년까지 100%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제작하고, 2030년까지 전체 제품 용기의 50%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코카콜라가 대외적으로는 이같이 홍보하면서 뒤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어스아일랜드의 주장이다. 어스아일랜드는 “코카콜라는 플라스틱 병을 반환하면 소액의 금액을 돌려주는 ‘보증금 제도’ 법률 제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재활용품을 활용하는 게 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