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경남의 한 택배분류장에서 택배노조원들이 비조합원 노동자 1명을 괴롭히는 영상

경기 김포의 한 택배대리점주가 민노총 택배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지방의 한 택배 터미널에서 노조원들이 일하려는 비(非)노조원 여성 노동자를 집단으로 괴롭히는 영상이 공개됐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던 피해자는 이 일이 있은 뒤 택배기사 일을 그만뒀다.

전국OO택배대리점협회는 올해 2월초 경남의 한 택배분류장(터미널)에서 촬영한 CCTV 영상을 3일 조선닷컴에 제공했다. 영상은 머리띠, 조끼 등을 착용한 노조원 10여명이 택배 상자를 옮기는 컨베이어 작업대 주위에서 서성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지난 2월 초 경남의 한 택배분류장에서 택배노조원들이 비조합원 노동자 1명을 괴롭히는 영상

잠시 뒤 노조 식별 복장을 걸치지 않은 여성 A씨가 택배 분류 작업을 위해 컨베이어 쪽으로 다가온다. 그러자 노조원들이 A씨를 둘러쌌다. 특히 A씨가 작업하려는 지점 옆을 차지하고 있던 한 남성 노조원은 팔로 A씨와 작업대 사이를 가로막고 뭔가 계속해서 A씨를 향해 뭔가를 말한다. 협회에 따르면 이 남성은 A씨에게 “야, 꺼져”, “왜 여기 있어”라고 수없이 약을 올렸다고 한다.

영상 속 A씨는 남성의 행위에 대응하지 않고 계속 작업 지점에 가려고만 한다. 협회 관계자는 “A씨가 싸움을 피하려 외면하자, 나중에는 “쌍X아”, “씨XX아” 등 여성 비하 욕설까지 퍼부었다”고 했다. 그래도 A씨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성은 도발 수위를 점점 높이는데, 이 때에 맞춰 뒤에 있던 또 다른 남자 노조원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와 이들 모습을 옆에서 촬영하기 시작한다. 욕설을 하던 남성은 A씨를 향해 뺨을 내밀며 ‘때려보라‘는 시늉을 했고, 마침내는 주먹을 이용한 성적 모욕 제스처까지 A씨를 향해 내보였다. 결국 참다 못한 A씨는 그 남성 노조원의 뺨을 때렸다.

“그러자 택배노조는 ‘자신들이 폭행 피해자’라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현장 관계자가 설명했다. 그는 “당시 경찰이 출동했지만, 현장에 미리 와 있던 정보경찰로부터 ‘별일 아니니 그냥 가라’는 얘기를 듣고 철수했다”고 덧붙였다. 터미널엔 파업 조짐이 있어 정보경찰과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이 이미 현장에 와있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A씨는 택배일로 생계를 꾸리는 싱글맘이었는데, 영상에 나온 집단 괴롭힘 사건 얼마 뒤 일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택배차량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연합뉴스

협회 관계자는 “정당한 노조 활동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불법적으로 비노조원의 업무를 방해하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택배 기사와 대리점주를 괴롭히는 건 이제 막 성장하려는 택배산업을 엎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 대한 해명 요청에 김태완 택배노조 부위원장은 “조선일보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