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발생한 배달 노동자 사망 사고 당일, 고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수차례 전화한 발신 목록과 메시지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가 28일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숨진 배달 노동자 A씨의 어머니는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오후 4시~7시 사이 아들에게 4차례 전화를 걸었다. 연락이 닿지 않자 어머니는 오후 5시46분 카카오톡에 “전화 안 받네. 내일 백신 맞는다면서 어디갔냐”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어머니의 전화가 계속되던 시간, 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11시30분쯤 선릉역 인근 교차로에서 23톤 화물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고 현장에서 숨졌다. 화물차 운전자는 정차 당시 운전석이 높아 앞에 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배달원 사고 소식을 뉴스로 볼 때마다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던 어머니는 선릉역 사고를 보고도 전화와 문자를 보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한 시간 꼴로 아들과 통화를 시도한 어머니 휴대전화의 통화 목록이 보인다. A씨의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을 알게 된 과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사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네티즌들의 글과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정차 중이던 화물차 앞에 A씨의 오토바이가 자리했고 신호가 바뀌자 화물차가 그대로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배달 노동자들은 사고 현장 인근 인도에 A씨가 타던 오토바이를 두고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추모객들은 막걸리, 소주, 음료수 등을 들고 찾아와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온라인 카페 등에는 추모에 동참해달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노조 역시 이번 사고가 ‘산재 사망’이라고 주장하며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을 설립해 저렴한 보험료, 의무 유상보험, 안전·배달교육 등을 책임지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측인 배달의민족이 위탁계약 한 라이더의 죽음에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례비용과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조의금 형태로 금액 일부를 지급하고 유족에게 받을지 결정하라고 통보했다”며 “사측은 망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결국 배달의민족은 A씨의 장례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노조는 “배달의민족과 유족은 28일 오후 노조의 중재로 사측이 장례식 비용을 모두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