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으로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한 노르웨이 오슬로대 박노자 교수는 16일 정부가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한 데 대해 “유해 봉환의 과정에서는 고려민족 사회의 여론은 사실 무시됐다”며 “이게 ‘민주주의’ 맞나”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고려인들에게는 홍 장군은 절대적 존재다. ‘고려민족’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 유해 봉환의 과정에서는 고려민족 사회의 여론은 사실 무시됐다”며 이같이 적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홍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치러진 지난 15일 우원식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에서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귀환”이라면서도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떠나보내서 섭섭해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우 이사장은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이 지도자를 보내드리게 돼 아주 섭섭해 한다”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고려인들로부터 워낙 존경을 받으셨기 때문에 그분들이 섭섭해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래고 지속적으로 추모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묘역을 공원화하는 방안 등 후속 작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이런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문제는 ‘섭섭한’ 감정만은 아니다. 문제는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유해 봉환 문제에 있어서 카자흐스탄 국가 권력자들과 협의하신 거지, 고려인 사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신 게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의 홍 장군 유해 송환이 ‘상징 정치’라고 지적하면서 “홍 장군에 대한 예우는 좋다. 그런데 홍 장군을 그리 존경한다면 홍 장군 부대원들의 후손들이 포함된 재한 고려인들에게는 예컨대 간이 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면 안 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 장군을 이렇게 품을 수 있었다면, 고려민족에 대한 대우를 좀 달리하면 안 될까”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 장군 유해봉환 대통령 특사단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고려인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것도 오해”라며 “(문 대통령은) 이미 2년전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때 그곳 고려인들에게 정성껏 설명을 드린 바 있다”고 했다.
우 의원은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은 대한민국 정부의 의무”라며 “홍 장군은 카자흐스탄에서 돌아가시면서 ‘내가 죽고 우리나라가 해방되면 꼭 고국에 데려가라’고 유언을 남기셨다. 해방된 조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이념적 대립 속에 그 유언을 한 세기가 다 지나서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평양에서 태어난 홍 장군은 일제 당시 의병 투쟁에 몸을 던졌다. 일본군 157명을 사살한 봉오동 전투에서 큰 역할을 했다. 홍 장군은 1937년 옛 소련 스탈린 정권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이주해 현지에서 광복을 보지 못한 채 75세를 일기로 서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