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자(맨 오른쪽)가 2018년 1월 청와대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식사를 한 뒤, 대통령으로부터 백자를 선물받고 있다. /KTV

윤석열 전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모욕·조롱하는 내용의 뮤직 비디오 ‘나이스 쥴리’의 제작자인 가수 ‘백자’가 3년전 문재인 대통령로부터 ‘블랙 리스트 피해 예술인’으로 지정돼 오찬을 함께하고 선물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한 또 다른 인물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국 지지 모임 대표였다.

지난 2018년 1월 7일 영화 1987 관람 후 소위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문대통령이 '쥴리 뮤비'제작자 가수 백자씨에게 직접 선물을 전달했다/TV조선

백자란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하는 백재길(49)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백자tv’에 ‘나이스 쥴리’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를 올렸다. 지난달 18일 백자가 공개한 이 곡엔 여권에서 제기하는 김씨 관련 각종 미검증·미확인 의혹이 담겼다. 김씨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쥴리’라는 닉네임의 접대부로 활동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곡에는 “나이스 쥴리 르네상스 여신, 볼케이노 불꽃 쥴리, 서초동 나리들께 거저 줄리 없네, 나이스 쥴리 춘장의 에이스, 비즈니스 여왕 그 엄마에 그 딸, 십원 짜리 한장 피해 줄리 없네”라는 가사가 붙었다.

뮤직 비디오가 화제가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백씨의 인연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월 7일 백씨에게 직접 선물을 전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소위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와의 간담회를 열었다. 백씨는 배우 김규리, 김서령 이오공감 대표, 서유미 작가, 신동옥 작가, 윤시중 극단 하땅세 대표, 정유란 문화아이콘 대표 등과 이 자리에 참석했고, 문 대통령은 백씨에 대한 맞춤형 선물로 ‘백자 천공 주병세트’를 줬다.

지난 2018년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소위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와의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TV조선

당시 청와대는 백씨를 가리켜 “국정원 개혁위원회 발표 ‘좌성향 예술인 249명’에 포함되었음에도 왕성한 민중가수 활동을 지속한 점 등을 고려해 서민의 투박한 정감이 녹아있는 백자주병을 통해 서정적이고 민중적인 감각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해주기를 바라는 의미로 ‘백자 천공 주병세트’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운동권 사이에서 유명한 ‘혁명동지가’를 지난 1991년 지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1996년 경기남부총련 노래단 ‘천리마’ 1집에 수록됐다. 가사에는 “동만주를 내달리며 시린 장백을 넘어 진격하는 전사들의 붉은 발자욱 잊지 못해. 돌아보면 부끄러운 내 생을 그들에 비기랴마는 뜨거웁게 부둥킨 동지 혁명의 별은 찬란해. 몰아치는 미제에 맞서 분노의 심장을 달궈. 변치말자 다진 맹세 너는 조국 나는 청년”이란 내용이 담겼다.

2013년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이 한창일 때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적표현물인 이 노래를 부른 사실이 드러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백씨는 법정에 “이 노래는 북한과 관계가 없다. 김좌진과 홍범도,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에 대한 노래일 뿐”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이 노래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백씨와 비슷한 시기 운동권에서 활동한 한 인사는 “이 노래는 중국공산당 지휘 아래 만주에서 조직돼 보천보 전투를 수행한 김일성의 항일군사조직 ‘동북항일련군’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며 “백자는 이 노래가 독립운동가의 노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혁명의 별’에 대해 ‘어려운 상황에도 밤하늘 별빛을 바라보는 듯한 희망의 은유적 표현’이라는 궤변을 쏟아냈다. 혁명의 별은 운동권에서 김일성을 가리킨다. 게다가 그는 미제에 대해 ‘미국의 걸프전이나 패권주의 등에 대한 비판’이라고 했는데 김좌진 때랑 걸프전이 무슨 상관인가? 또 장백은 백두산의 중국식 표현”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14일 대법원은 이 노래를 이적 표현물로 규정한 판결을 확정했다.

/백자tv

백씨는 지난 5일에는 “국격을 완전 말아드신 윤짜장과 그 주변 분들께 곡을 바친다”며 ‘윤짜장 특집송 23곡’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곡 대부분은 2분 가량으로 ‘건희 트롯’ ‘춘장 트롯’ ‘조국 장관 털듯이’ ‘윤짜장 구속송’ ‘윤비어천가’ ‘도리도리 윤도리’ 등 윤 전 총장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백씨와 함께 이 곡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또 다른 인물은 유튜브 채널 ‘이사람tv’를 운영하는 운동권 출신 이석주 ‘촛불백년경기이사람’ 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위치한 주민교회에서 이 지사의 정치 철학을 지지하는 3040세대 전국 조직인 이 단체 출범식을 개최했다. 앞선 12일 이 대표는 김병욱 국회의원과 조광주 경기도의원이 조직한 이 지사 지지 모임 ‘이재명과함께하는성남사람들’ 출범식에도 참석했었다.

이 지사 캠프는 29일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작금의 통념으로 볼 때도 쥴리 벽화는 금도를 넘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서울 종로구 관철동 옛 우미관 터 건물 외벽에는 김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같은 날 이와 같은 음모론 유포자를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