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카카오톡을 통해 결혼을 앞둔 남녀 사진과, 카카오톡·문자 대화를 저장한 20여장의 사진이 나돌았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가 같은 은행 부서 팀장과 불륜 관계’라는 이른바 ‘○○은행 불륜 사건’ 폭로 지라시다. 두 사람의 이름·직책은 물론 사진, 일하는 지점(支店) 등 신상 정보가 담겼다. 예비 신부의 휴대폰을 보고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예비 신랑이 화가 나서 유포했다는 내용이 뒤따랐다.

일주일쯤 뒤인 지난 17일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두 여성과 이를 말리는 남성 한 명의 사진이 올라왔다. ‘남자가 외박해서 아내가 건물 로비에 잠복하고 있다가 같이 들어오는 불륜녀 머리채를 잡았다’는 내용과 함께였다. 몇 시간 뒤 카카오톡에는 세 사람의 이름과 직장, 소속, 사진 등 신상 정보가 ‘○○전자 불륜’이란 이름으로 공유됐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카페 사장인 배우자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명품 지갑을 선물하겠다고 해 분노했는데 알고 보니 불륜 관계였다’는 내용의 폭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카카오톡,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배우자 혹은 지인의 불륜을 폭로하는 현상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증거 사진, 문자 메시지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이름과 얼굴, 직장, 소셜미디어 주소 등 상세한 신상 정보까지 뒤따른다. 이는 지라시 형태로 카카오톡 등을 타고 일파만파로 퍼진다. 사실상 전 국민을 상대로 공개 망신을 줘서, 사회생활을 못 하게 만드는 일종의 ‘사적(私的) 보복’인 셈이다. 왜 이런 폭로가 잇따르는 것일까.

법조계에선 지난 2015년 2월 간통죄(姦通罪)가 폐지되면서 불륜을 직접 형사 처벌하기 어려워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현재 불륜 사건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를 받아내는 식의 우회적 처벌만 가능하다. 법무법인 승원의 한승미 이혼 전문 변호사는 “현행법상 상간자(相姦者·배우자의 불륜 파트너) 소송 진행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많아야 3000만원 수준”이라며 “위자료로 정신적 피해를 전부 보상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사적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불륜 배우자의 회사 윤리위원회에 제보하거나, 사옥 앞에 나가 1인 시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 명예 실추’를 이유로 배우자가 감봉·정직·권고 사직 등 추가 징계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불륜 행각을 벌인 내연남을 주거침입죄로 고소한 사건’이 올라와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인터넷 불륜 폭로 역시 우회 처벌의 한 방편이다.

이 같은 불륜 폭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분별하게 누군가의 불륜 사실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잘못된 사실이 퍼져 나가거나 애꿎은 사람이 당사자로 지목돼 신상 정보가 공개되는 일이 대표적이다. 또 불륜 사실 폭로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역공(逆攻)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장수진 이혼 전문 변호사는 “불륜을 저지른 사람의 지인들에게 외도 사실을 알리거나, 직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경찰 조사를 받거나, 100만~20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고 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륜을 포함해 사법적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문제가 유튜브, 국민청원 등을 통해 폭로되고 있다”며 “공적 신뢰가 무너지고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이름을 거론해 망신 주기)이 이를 대신하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