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달 31일 “자전거를 타고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는 ‘청계천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통했다고 밝혔다. 중구 청계광장부터 동대문구 고산자교에 이르는 왕복 약 12㎞ 구간이다. 서울 공공 자전거 ‘따릉이’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박원순 전 시장 임기인 작년 6월부터 조성됐다. 시는 “차도와 완전히 분리된 안전한 자전거길을 따라 쌩쌩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3일 사흘간 본지 기자 2명이 네 차례에 걸쳐 직접 자전거를 타고 그 길을 달려봤다. 전체 구간 중 약 4분의 1이 넘는 구간에서는 ‘쌩쌩’은 커녕 시속 10km 안팎으로 천천히 달렸는데도 차에 치이거나 사람과 부딪힐뻔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자전거 도로를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하는지 계도하거나 관리하는 공무원은 사흘 간 한 명도 못 봤다. ‘전시행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난 1일 오후 2시, 오후 5시 각각 청계광장에서 출발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이 있는 청계2가까지 청계천에 늘어선 나무를 느긋하게 바라보며 도심을 누볐다. 청계천 난간 옆으로 일방통행인 자전거길은 폭이 1.2~1.5m였다. 좌측엔 폭 3m 안팎인 보행로가, 우측엔 1차선 차도가 있었다. 보행자와 자전거, 차량이 각 전용 도로를 이용하니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청계2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까딱 잘못하다가는 대형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계2가부터 청계7가까지 약 2.6㎞ 구간에는 보도가 사라지고 자전거길만 남는다. 자전거길을 걷거나 서서 전화 통화를 하고 담배를 피우는 보행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기자가 “지나갈게요”라고 외치거나 자전거 벨을 울리자 보행자는 잠시 1차선 차도로 내려가거나 청계천쪽 난간에 바짝 붙어 비켜줬다. 뒤통수에 욕설이 날아오는 일도 있었다. 사람 피하다 차도로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차로에는 차량들이 아랑곳않고 쌩쌩 달려왔다.
동대문역 인근 청계6가 부근은 ‘마(魔)의 구간’이었다. 서울 도심과 강북·강동을 잇는 교통 요지라 차나 사람 통행량이 많다. 청계6가 교차로는 특히 다른 차량이 직진할 때 55m 길을 함께 건너야 하는데, 비보호 좌회전 하려는 차량이 자전거 뒤를 금방이라도 덮칠 듯 따라왔다. 수시로 날카로운 경적소리가 들렸다.
고산자교에서 다시 청계방면으로 돌아올 때는 대형 흡연장을 볼 수 있었다. 동대문역부터 평화시장까지 약 200m 구간에는 자전거길 좌측에 폭 50㎝짜리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조성돼 있다. 붉은 색인 자전거 전용도로와 달리, 겸용도로는 파란 벽돌 무늬로 칠해져 있다. 인근 상인, 시민 수십명이 이 곳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보며 수다를 떨고 담배를 피웠다. 1일 오후 5시 40분쯤 담배를 피우던 한 시민은 “여기 흡연장인데 왜 자전거를 타고 다니냐”며 화를 냈다.
자전거길이 생기면서 보행자 불만도 크다. 2일 청계시장 인근에서 자전거길 위를 걷던 김행석(70)씨는 “‘사람이 먼저'라더니 자전거가 먼저냐”며 “원래도 다니기 불편한 곳인데 자전거 때문에 무섭기까지 하다. 자전거 도로 포장하기 전에 인근 보도나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청계2가~6가에 걸쳐 조성돼 있는 인도는 평화시장·광장시장·헌 책방 거리·공구상가 거리 등에서 일하는 상인들이 내놓은 잡동사니나 노숙자의 짐들이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오토바이, 전동기, 휠체어 등이 진·출입로에 마구잡이로 주차돼 보행자가 걸어다니기 어렵다. 매끈하게 정비된 자전거길로 시민들이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어 보였다.
차량 운전자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택시기사 박모(60)씨는 “불쑥불쑥 자전거가 튀어 나오는데다 가끔 자전거를 잘 못타는 사람이 자전거길을 휘청거리며 달리고 있는 걸 보면 ‘저러다 차로로 추락하면 대형사고 나는데...’란 생각이 절로 든다”면서 “비보호 좌회전할때 자전거가 얽히는 일도 너무 많다”고 했다.
일주일에 2~3차례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다는 직장인 장모(32)씨는 “비보호가 나오는 구간이면 자전거 도로 이용 안하고 그냥 보행자처럼 횡단보도로 건넌다”며 “보도에서 자전거 타지 말라고 하지만 차량과 같이 움직이다가 크게 사고 날 것 같아서 정말 무섭다”고 했다. 시민 임모(29)씨는 “새로 온 오세훈 시장은 시민들처럼 직접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길을 달려본 뒤에 정책 구상을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미비점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추가로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