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갔다 온 보람을 드디어 느낀다.”

얀센 코로나 19 백신./AFP 연합뉴스

선착순 90만명에게만 주어지는 ‘얀센 코로나 백신 예약’ 작전이 17시간여 만에 조기 종료됐다. 1일 전국 만 30세 이상 예비군·민방위 대원 등을 대상으로 접종 예약을 받은 지 하루도 안 돼서다. 미국이 제공한 얀센 백신은 101만2800회분으로, 당초 100만명 예약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역 당국은 보수적으로 90만명분 접수만 받았다. 백신 1병당 5명이 맞을 수 있는데 예약자가 4명이어도 의료기관에 1병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1일 오후 3시 30분에 80만명 예약이 끝났고, 1시간 뒤 추가로 10만명분 예약을 받은 것도 1시간34분 만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선착순 접종 예약이 시작된 이날 0시, 예비군·민방위대원들은 전의(戰意)를 불태웠다.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미디어에는 “대학 시절로 돌아가 수강신청 하는 기분이다” “내일 출근인데 12시까지 안 자고 기다리고 있다” 등 인증글이 쏟아졌다. 예약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백신 예약 홈페이지엔 하얀색 ‘접속 대기’ 안내 화면이 뜨기도 했다. 0시 30분에는 ‘앞에 6만5000명의 대기자가 있습니다. 예상 시간 35분’이란 안내 문구가 떴다. 1일 오전에도 예약자가 몰리며 전국 각지의 ‘접종 가능 병원’과 ‘시간대’가 빠르게 사라졌다.

병(兵)의 경우 예비군은 전역 후 8년간, 민방위는 만 40세까지 편성된다. ROTC 장교 등 위관급(소위~대위) 전역자는 만 43세까지다. 고령층, 고위험군 등에게 우선순위를 양보해 접종 순위가 밀렸던 3040 남성들이 대거 예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예약에 성공한 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에 “처음으로 ‘군부심(군대+자부심)’을 느낀다” “전역한 지 9년이 지났는데 군대 덕을 보다니” 등 군 예찬론을 쏟아냈다. 얀센 코로나 백신은 미국 정부가 한미 군사협력을 명분으로 ‘군 관계자’에게 제공한 것이다.

우리엄마 볼 따뜻하네… 접종이 돌려준 가족의 품 - ‘코로나 계엄령’ 속에서 14개월 만에 부둥켜안은 모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50대 딸은 70대 엄마의 볼에 얼굴을 비비고, 뺨을 쓰다듬으며 ‘유리창 밖 면회’에서 나누지 못했던 체온을 느꼈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의 대면 면회가 허용된 1일 대전 유성구 브레인재활요양병원에서는 2회 백신 접종을 마친 노모와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딸의 짧지만 진한 15분 만남이 이뤄졌다. /신현종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예비역 중위 한모(35)씨는 “8월에 사업차 해외에 나갈 일이 있어, 지방까지 ‘원정 접종’이라도 갈 마음으로 잔여백신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예비군 대상 얀센을 맞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민방위대원 김모(39)씨는 “자정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예약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밤 11시 58분쯤 예약 사이트가 빨리 열리는 바람에 쉽게 예약에 성공했다”며 “코로나 때문에 어버이날에도 고향에 못 갔는데 이젠 부모님을 맘 편히 찾아뵐 계획”이라고 했다.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작년에 민방위 교육이 끝난 직장인 조영훈(41)씨는 “주위 30대 동료들은 다들 백신을 예약하는데 혼자만 제외라 아쉽다”며 “잔여백신이라도 찾아서 빨리 코로나 백신을 맞고싶다”고 했다. 예비역 병장 현모(29)씨는 “예비군만 5년을 넘게 했는데 딱 한 살 차이로 제외되다니 너무 아쉽다”고 했다.

얀센 백신은 미국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를 타고 5일 한국에 도착한다. 예약자에 대한 접종은 10일부터 20일까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