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근무 11년 차인 송희구(38)씨는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자가(自家)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라는 소설을 써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회사원들의 부동산 투자를 다룬 이 소설은 ‘부동산 극사실주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다. 13일까지 22편이 연재됐는데 한 달 만에 170만명 넘게 읽었다. 송씨는 블로그 광고 수익으로 93만원을 벌고, 출판사·영화제작사에서도 연락이 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직장인 소설’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소설가가 되는 사람들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재택 근무가 늘어난 직장인들이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생긴데다, 블로그·브런치·네이버웹소설 등 자신의 글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웹툰·웹소설의 아마추어 창작자가 70만명으로 전년(58만명)보다 21%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직장인 소설가의 강점은 현실성이다. 현업에서 보고 겪은 경험을 소설에 담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업계 13년 경력의 윤필구(47)씨가 쓴 소설 ‘벤처 허생전’도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평가와 함께 10만회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송희구씨는 “소설 속 ‘김 부장’은 실존 인물인 상사 3명을 조합해 만들었다”며 “직장인들 최대 관심인 부동산 문제를 다뤄 더 많이 읽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문단 데뷔를 거치지 않아도 누구나 온라인에 직접 글을 올리고, 취향이 맞는 독자가 이를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낸 풍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