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계의 거목 김인 9단이 4일 아침 별세했다. 향년 78세. 2006년 위암 수술을 받은 고인은 십수년 동안 일상생활에 큰 지장없이 활동했으나 최근 상태가 악화,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긴 뒤 이날 오전 9시쯤 타계했다.

4일 78세로 영면한 한국바둑의 거목 김인 9단.

1943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58년 15세 때 입단한 뒤 62년 당시 세계 바둑의 메카로 통하던 일본서 유학, 고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9단을 사사했다. 그 무렵 일본 매스컴은 김인과 오다케(大竹英雄), 린하이펑(林海峰) 등 당시 두각을 드러내던 동양 3국 천재들을 한데 묶어 ‘김죽림(金竹林) 시대 개막’을 예언했고 결국 적중했다.

김인 9단은 1966년 10기 국수전에서 한국 바둑 개척자 조남철 9단을 꺾고 새 시대를 열어젖힌 뒤 71년 15기까지 6연패를 달성, ‘김국수’ ‘영원한 국수’ 라는 별호로 불려왔다.

1971년 제15기 국수전 도전 4국서 조남철 9단(오른쪽)과 김인 9단이 열전을 펼치고 있다. 두 기사는 1인자 계보 1, 2번을 차지한 거목으로 한국 바둑이 세계 정상에 오르는데 밑거름 역할을 했다. /한국기원


63년 귀국한 그는 후배 조훈현(68) 9단에게 일인자 자리를 넘길 때까지 왕위전과 패왕전을 7연패하는 등 10여년 간 총 30회 우승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63년간 프로 통산전적은 1568전 860승 5무 703패. 68년 작성한 40연승은 현재까지 한국기원 최다 연승 1위, 67년의 연간 승률 88.1%(37승 1무 5패)는 역대 3위에 해당한다.


김인(왼쪽) 9단과 조훈현 9단이 1978년 제13기 패왕전 도전 4국서 대국하는 모습. 김 9단은 조남철 9단과 조훈현 9단을 잇는 한국 바둑의 2세대 거목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이면서도 모나지 않은 성격과 호방한 선비 기질을 겸비해 후배 바둑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71년부터 4년 연속 한국기원 기사회장을, 2004년부터 최근까지 이사직을 맡아 행정에도 기여했다. 2007년부터 매년 늦가을엔 그의 이름을 딴 국제시니어 바둑대회가 전남 강진군에서 열린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옥규 씨와 1남(김산)이 있다. 발인 6일 오전 10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 2호실.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시안추모공원. 010-2111-3210